사는 꽃, 기르는 꽃
사는 꽃, 기르는 꽃
  • 이나래
  • 승인 2015.10.05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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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과 함께 가을 꽃 축제 시즌이 돌아왔다. 국화부터 코스모스까지 전국 곳곳에서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억새와 단풍까지 손짓한다. 사방을 둘러봐도 꽃 천지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연이은 꽃 축제 소식에 반해, 꽃 소비가 늘고 있다든가 화훼시장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려오지 않는다.

다행히 가뭄의 단비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꽃 생활화 운동, 이른바 ‘1사무실 1꽃’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세종시에 소재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부터 올 연말까지 72개 부서 사무실에 매주 1회 꽃을 나눠주고 있다. 향기롭고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이달 중엔 꽃 생활문화 조성을 위한 대국민 아이디어 공모전도 열린다. 오는 12일부터 21일까지 열리는 이번 공모전은 (사)한국화훼생산자협의회가 주최하고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후원한다. 말 그대로 일상생활에서 꽃을 흔히 다룰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행사다.

이러한 민관의 노력은 화훼시장 ‘1조원 미만 시대’인 상황에 비추어 비록 늦었지만 바람직하다. 하지만 안심할 만한 수준은 결코 아니다. ‘꽃=사치품’이라는 국민 저변의 의식이 워낙 크고 설상가상 위축된 소비심리도 좀처럼 풀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

덧붙이자면 이번 농식품부의 꽃 생활화 운동은 소비 위주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기르는 꽃 대신 절화를 소비하는 캠페인은 자칫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다. 농식품부는 반응을 살펴 향후 타부처 및 지자체로 이 운동을 확산할 방침이라고 하지만, 예산 등 여러 변수가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김영란법’으로 화훼업자들의 신경이 곤두선 상황에서 면피용이나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으려면 좀 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예컨대 농식품 유관기관 전직원이 ‘1인 1화분 갖기’를 한다거나 공무원 원예대전 등을 개최하는 것은 어떨까. 공무원을 대상으로 문학공모나 미술대전을 개최하는 점을 고려할 때 원예도 장려 대상에 포함한다면 여러 이점이 있을 것이다. 심리 치료, 생활 취미 등 분야로 얼마든지 확대할 수 있다.

공무원 뿐 아니라 민간 소비자들도 꽃을 소모품이 아닌 취미 대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가을이 깊어지면 집집마다 창문을 닫을 것이다. 자연히 실내공기 오염문제가 뉴스에 보도될 것이다. 동요하지 말고, 허브나 관엽식물 하나쯤 들여놓는 것은 어떨까. 두고 보면 예쁠 것이고, 키우다 보면 식물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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