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중한 자원 ‘토종 민들레’
우리의 소중한 자원 ‘토종 민들레’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10.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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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 영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촌지도사

민들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식물이며 개화시기는 4~6월까지 피며 봄부터 초여름 길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바람을 타고 풀씨가 마음대로 날아다니다 사립문이나 담벼락에 부딪쳐 떨어져 뿌리를 내려 문(門) 주변에 흔하게 피고 지는 꽃이라 ‘문둘레’라고 불리다 오늘날 ‘민들레’가 됐다는 어원을 가질 만큼 예전에는 흔한 꽃이다.

이웃나라 일본에선 민들레를 탄포포(たんぽぽ)라 부르는데 이 말의 어원도 우리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민들레는 번식력이 강해 한번 뿌리내리면 뿌리를 뽑아도 뿌리 끝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다시 자라나 꽃을 피우고 수백 개의 풀씨를 날려 보내는 성가신 잡초로 취급되었던 것인데 그런 이유로 농부들은 민들레를 보면 ‘다뽑아’란 말을 많이 했다. 그런데 이 말을 듣게 된 일본사람들이 이것이 민들레란 식물의 이름인 줄 알고 본국으로 돌아가 민들레를 ‘탄포포’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예전엔 다 뽑아 죽여야 할 만큼 천덕꾸러기였던 토종민들레가 지금은 그 개체수가 줄어 보기조차 힘든 형편이 되었다.

최근 민들레의 기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옛부터 한방재료로서 ‘포공영’, ‘포공정’, ‘구덕초’로 불리며 사용되어져 왔는데 민들레에는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위 기능 향상, 콜리, 살리마린이라고 하는 성분이 있어 간세포 파괴를 막아주어 간기능 개선, 우리의 몸이 오염 되어 쌓인 혈액을 깨끗이 정화해주는 효능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흔하게 보이는 민들레는 고유종의 민들레가 아니라 대부분 서양민들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어떤 이유로 토종민들레가 서양민들레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첫째, 가장 큰 이유는 서양민들레와 토종민들레의 생육특성과 환경적응성의 차이 때문이다. 서양민들레는 가장 열악한 환경조건에까지 살 수 있지만, 토종민들레는 도심 속에서 도저히 살 수 없고 흰민들레가 사는 곳에 종종 섞여 살고 있다.

둘째, 토종민들레는 바람보다는 곤충들에 의존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충매화(蟲媒花) 특성이 강하나, 서양민들레는 입자가 작은 꽃가루를 가져 바람을 타고 널리 꽃가루받이를 할 수 있는 풍매화(風媒花)의 특성이 강하다.

셋째, 서양민들레는 토종민들레에 비해 꽃이 피어있는 기간이 길고, 꽃대의 개수가 많아 번식과 생존에 훨씬 유리하다. 즉 민들레 종류는 생육하는 동안에 계속해서 꽃 피고 열매를 퍼트리는 반복생식 다년생인데 서양민들레 종류가 이러한 특성이 더욱 우월하다.

넷째, 토종민들레는 4~5월에 꽃을 피우는데 절대로 자기 꽃가루와는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다른 개체의 꽃가루에 의해 수정이 이루어져 번식이 가능한 풀씨를 날려 보낸다. 그런데 꽃이 피어있는 동안 끝까지 다른 민들레와 꽃가루받이를 하지 못하면 처녀임신을 하여 발아가 되지 않는 무정란 씨를 날려 보내게 된다. 반면, 서양민들레는 꽃이 필 때 암술머리가 안쪽으로 굽으며 자기 꽃가루에 의한 수정이나 다른 꽃가루에 의한 수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토종민들레의 개체수는 줄어드는 반면 서양민들레의 개체수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생식 특성으로 토종민들레가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의 소중한 자원인 토종민들레를 서양민들레와 더 잘 알아볼 수 있는 구별법을 확인해 보자. 토종 민들레는 봄에 잠깐 피며 꽃잎이 풍성한 편이나, 서양민들레는 연중 계속 피며 꽃잎이 비교적 적고 꽃잎의 끝이 약간 각이져 있으며 크기도 작은 편이다. 색상 또한 토종민들레는 조금 더 연한 빛이고 서양민들레는 진한 노란색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토종민들레는 꽃받침이 꽃을 살포시 감싸 안고 있지만, 서양민들레는 그 꽃받침이 뒤로 뒤집혀 있어 쉽게 구분된다.

귀화생물인 서양민들레에게 밀려 우리 땅에서 만나기 어렵게 된 토종민들레를 소중한 자원으로 생각하고 아끼는 마음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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