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농사를 하면서 희망과 절망이 교차했습니다.
아내는 그런 저에게 ‘바보’라고 하더군요. 맞습니다.
사과 농사를 하려면 ‘바보’가 돼야 합니다.”
경북 안동시 임동면 수곡리의 유성호 씨 농가에서 사과교육이 열렸다.
한국사과협회 안동지회와 홍천지회가 주최한 선진농가 견학 교육이었다. 이날 홍천지회 회원들은 안동지회 유성호 씨의 농가를 방문해 세측지방추형 수형 유인 사례를 관찰했다.
수확량 많고 관리 편한 ‘세측지 방추형’ 수형
유성호 씨는 사과 농사를 한 지 35년이 됐다. 2.3ha (7000평)의 과수원에 미시마 후지·미야비 후지·감홍·아리수·홍로 품종을 재배한다. 주력 품종은 미시마·미야비 후지다. 5년 전 한국사과협회를 알게 돼 가입했다.
“세측지 방추형으로 수형을 유인하면 좋은 점은, 좁은 면적에도 수확량이 많다는 점입니다. 관리하기도 편하고요.”
세측지 방추형은 나무를 크리스마스 트리 모양처럼 유인한 수형이다. 기부 폭은 1~1.5m인데 위로 갈수록 좁아진다. 이렇게 하면 햇빛 투광율이 증가해 해거리 없이 매년 품질 좋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나무좀 공격 ‘부란병’ 만큼 무섭다
유성호 씨가 병해충 방제 중 가장 강조하는 것은 나무좀 방제다. 나무좀은 유목에 큰 피해를 입히는데, 특히 M9대목의 피해율이 좀더 크다.
“나무좀은 사과나무 병충해 중에서도 무섭다고 알려진 ‘부란병’보다 더 심한 피해를 입혀요.”
나무좀류는 사과둥근나무좀, 오리나무좀, 생강나무좀 등이 있다.
나무좀은 크기가 2~4mm로 작은데, 바늘 구멍만한 틈으로도 침투해 ‘암브로시아’ 균을 나무에 주입함으로써 강력한 독으로 나무를 고사시킨다.
“봄날 기온이 처음으로 20℃가 되는 날 나무좀 방제약을 나무 수간에 쳐서 방제합니다.”
나무좀은 4월 초순이 예찰 적기로 알려져 있다.
유성호 씨의 설명에 따르면, 동해 피해를 입은 나무는 나무좀을 유인하는 알코올 류의 향을 풍기기 때문에, 동해 방지는 나무좀 방제의 연장선에 있다.
한편 노린재류는 6월 중순부터 8월 초순까지 집중 방제한다.
과거엔 콩노린재가 우점종이었지만 요즘은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 썩덩나무노린재 등이 주로 발견된다. 노린재 피해를 입은 사과는 열매 가운데 입침으로 찌른 흔적이 있다.
고당도 사과 위해 질소 과다 막아야
“나무의 질소 농도가 높아지면 사과의 당도가 떨어집니다.”
사과의 단맛을 높게 유지하려면 질소 비료를 남용해선 안 된다.
질소 성분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새로 자란 가지(신초)의 생장이 왕성해지는데, 생장 과정에서 당류를 과다 소모해 정작 과실로 운반되는 당류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적절한 칼슘 제재의 사용이다. 농가에서는 색깔을 내기 위해 착색제를 쓰는 경우가 있는데, 착색제는 식감을 떨어뜨리는 경향이 있다.
“착색제를 쓴 사과는 먹었을 때 100% 퍼석거리게 돼 있습니다.”
때문에 착색제 사용시 초산칼슘, 염화칼슘을 6월부터 8월까지 투입해 적절한 식감이 유지되게 해야 한다.
유성호 씨는 천혜녹비와 아미노산 액비도 직접 만들어 쓴다.
천혜녹비는 나무가 쇠약해지기 쉬운 8월 중순 무렵에 준다. 적과 시작 직전에 또는 성장이 정체된 시기에 천혜녹비를 나무에 준다.
천혜녹비는 쑥, 당밀 등을 이용해 만든 녹비다.
아미노산 액비는 바다에서 잡은 각종 물고기와 불가사리, 해조류 등을 혼합해 만든 단백질 액비다. 천연 액비, 녹비로 공들여 재배한 사과의 당도는 15Brix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