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관광객도 반한 사과 체험농장

경기 포천시 사과깡패 신정현 대표

2017-08-07     이나래 기자

싱가폴 관광객들이 사과 따기 체험을 하러 오는 농장. 
체험 하러 온 손님들이 사과 주스를 박스째 사 가는 농장. 
경기도지사 인증과 표창을 받은 ‘사과깡패’의 
경영 전략은 365일 소득 창출이다.

‘사과깡패’ 신정현 대표의 각오는 다부지다. 농업 분야 공무원들이 견학하러 올 만큼 우수한 체험교육 농장을 만드는 것. 그리고 도시 근로자들처럼 매월 일정한 소득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미 이곳은 6차 산업 선도 농가로 우수성을 인정받아 경기도지사 유공 표창을 받았다. 달콤한 사과 주스는 이곳의 베스트셀러다. 다른 농가에는 없는 석빙고 투어와 사과파이, 사과 식초 만들기 체험도 인기 관광 상품이다.

‘후지’부터 ‘아리수’까지, 7품종 재배

포천은 경기 북부권 사과 주산지다. 군부대가 많은 지역 특성상 군납 농가가 많다. 직거래가 활발한 농가들도 있다.

그중에서 포천시 영중면에 자리잡은 ‘사과깡패’는 처음부터 6차 산업 농장으로 조성됐다. 포천시청 공무원 출신인 남편이 농사를 도맡고 있다. 삼성휴먼교육센터 파트장 출신인 신정현 씨는 홍보와 직거래, 체험 프로그램을 전담한다. 서비스 전문직으로 일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농사만 100% 할 생각이었다면 시작하지 않았을 거예요. 귀농 생활이 스스로 즐겁고, 소득도 매월 꾸준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체험 교육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어요.”

과수원 약 8ha(2만4000평) 면적에 ‘후지’, ‘자홍’, ‘썸머킹’, ‘시나노골드’, ‘아리수’, ‘루비에스’, ‘알프스오토메’ 등 총 7품종 묘목을 식재했다. 미니 사과라고 불리는 ‘알프스오토메’는 20~30대 여성의 선호도가 특히 높고, 남녀노소 누구나 호기심을 갖는 품종이다.

“GAP 인증을 받았고, 땅에는 목초작물인 수단그라스를 심어 유기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부부 내외가 농사는 처음이라 포천시농업기술센터의 기술 지도를 많이 받았다. 센터 문턱이 닳을 만큼 드나들며, 그린농업대학 등 교육 과정을 빠짐없이 수강했다.

저온착즙 사과 주스와 사과식초도 인기

‘사과깡패’가 자신있게 선보이는 가공식품은 사과주스, 사과칩, 사과 식초, 사과잼 등이다.

“포천 지역이 일교차가 커서 사과 당도가 높아요. 당도가 15~16Brix에 달합니다.”

포장지에 즙이 아닌 ‘주스’라고 표기한 이유는 더 명확한 홍보를 위해서다. 즙이라고 하면 옛날식 중탕 즙으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저희 사과칩은 말랭이와 조금 달라요. 말랭이는 너무 달아서 잘 못 먹는 분들도 있지만, 사과칩은 얇고 바삭바삭하면서 단맛도 적절합니다.”

바삭한 사과칩을 만드는 비결은 온도와 시간 조절이다. 65℃의 온도에서 약 15시간 건조하면 얇고 바삭한 칩을 만들 수 있다. 24~48시간 동안 건조하는 말랭이에 비해 건조 시간을 줄인 것이 핵심 비결 중 하나다. 사과 식초도 이곳의 자랑이다. 사과, 설탕, 누룩을 발효해 식초를 만든다. 단, 효모균은 사용하지 않는다. 효모균을 첨가하면 특유의 쓴맛이 생기기 때문이다.

석빙고 투어하고 사과 잼 만들고

이곳에는 다른 농장에 없는 특이한 시설이 있다. 바로 석빙고다. 놀이공원에서 볼 법한 바위 모양 인공 조형물을 따라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시원한 동굴형 저장고가 펼쳐진다.

석빙고를 둘러본 뒤엔 사과파이와 잼 체험을 하는 것이 프로그램 순서다. 파이 위에 달콤한 사과 잼을 올려 직접 맛보고 집에 가져갈 수 있다. 특히 사과 잼은 사과를 갈지 않고 통째로 썰어 넣어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다.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풋사과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6월 말에 적과한 사과로 식초를 만들기도 하고요. 풋사과 팜파티도 계획 중이에요.”

익지 않은 사과를 판매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농가들도 있지만, 풋사과 구매를 원하는 손님들도 존재한다는 게 신정현 씨의 경험담이다.

사실 ‘사과깡패’란 이름부터 파격적이다. 깡패는 어릴 적 골목대장을 자처한 신정현 씨의 별명이기도 하지만, 사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저는 농장을 오갈 때 출퇴근한다고 표현합니다. 제게 농장은 곧 사업장이기 때문에, 옷차림과 화장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신정현 씨는 ‘체험으로 돈 번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체험은 호객 행위이고, 제대로 된 매출은 가공식품 판매로 발생한다는 것.

특히 시식이 중요하다. 일단 주스든 잼이든, 맛을 본 손님들은 대부분 지갑을 연다. 성인 손님 1인당 평균 5만원 어치를 구입한다고.

또 얼마 전부터는 동남아 손님들도 받고 있다. 현지 여행업체의 한국 관광 코스에 농장이 소개 돼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폴에서 온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인당 1만5000원을 내면 사과(1kg) 수확과 잼 체험을 할 수 있어 인기다.

“365일 택배 주문을 받는 농장, 농업인과 농업 전문가들이 구경 와 정보를 교류하는 농장, 포천의 모든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리틀 포천’을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