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업 레드라인 넘어 블랙라인 되나
농축산업 레드라인 넘어 블랙라인 되나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8.04.0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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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16일 제3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이 미 워싱턴 D.C.에서 개최돼 양국은 분야별 기술협의를 포함한 원칙적 논의를 진행했다.

한미 통상장관회담에서 정부는 신속한 합의를 도출해 농축산물 시장의 추가개방 없이 우리 농업을 어느 정도 선방했다고 안심시켰지만 농업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은게 사실이다.

농업인단체에서는 농업 분야의 관세 인하, 저율관세쿼터(TRQ) 및 세이프가드(ASG) 조건 완화가 없었다는 점은 다행으로 여기면서도 원칙적으로 우리 농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맺어진 불평등 조항의 개선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향후 CPTTP나 RECP, 여타 FTA의 개정협상과 관련한 정부의 보다 철저한 방어 전략과 전술을 마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황주홍 의원(민주평화당)은 정부가 FTA 개정 협정문에서 미국을 달래주고자 FTA 협상 테이블 밑으로 혹 농축산업의 다른 것을 양보하지 않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가 미국산 닭고기 수입 관련해 ‘국가별 수입허용’을 ‘지역별 수입 허용’으로 변경하는 고시를 발표한 것을 두고 이는 지난 11년 전 한미 FTA 당시 미국이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요구했던 것으로 정부가‘축산물 수입 비관세 레드라인’으로 설정해 강력하게 거부해왔던 조항이었다는 것을 상기시켜볼 때 축산물 수입‘비관세 레드라인’을 우회적으로 허용해 향후 돼지고기, 쇠고기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럽게 확대 될 것을 축산업계 역시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미국 산 쇠고기의 국내 수입시장 점유율이 지난 2011년 38.9%에서 2017년 51%까지 증가해 한미 FTA 발효 전 3.3억 달러에서 발효기간 동안 8.3억 달러로 150.2%나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산이 호주산을 제치고 한국 쇠고기 수입시장 1위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 한우농가는 2011년 15만7000농가에서 8만 농가로 절반수준만이 그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축산업계는 미 허가 축사 적법 화 신청문제와 계란살충제, AI와 최근 구제역에 소비침체까지 맞물려 사면초가 신세에 몰려있다.

농가들은 한미FTA 협상 폐기와 쇠고기 관세를 40%로의 환원이 불가피할 경우 현 수준인 25%에서 관세를 동결하고, 쇠고기 세이프가드 발동 물량 대폭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도 한미FTA 이행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시장개방화가 가속화되고 경기회복 으로 농축산물 수입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농업인들의 수입피해 가시화에 대한 대비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수급 불안정과 트럼프 행정부가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는 미국중심의 보호무역 주의 확산이 그 중심에 있다.

이행 6년차 미국 산 축산물 수입액은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유제품 모두 증가해 전년대비 17.6% 증가한 수치를 보이고 있는데 협상의 달인 트럼프정부에 지역별 수입허용은 어쩌면 레드라인을 넘어선 농축산업 암흑기의 블랙라인이 될 수도 있음에 축산업계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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