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고용 농가의 딜레마
외국인 근로자 고용 농가의 딜레마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8.03.13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10분만 초과 근무를 해도 출퇴근 카드에 기록을 하고 돈을 더 받아가니 미치겠어요.”

전라북도에서 토마토 농사를 하는 A씨는요즘 가장 큰 걱정거리가 인건비다. 총 면적 8000여㎡의 비닐하우스에 외국인 근로자 6명이 상주하는데, 최저 시급이 오른 데다 ‘법대로 돈을 달라’고 요구해 경영비 부담을 겪고있다.

올해 법정 최저 시급은 7530원으로 전년보다 16% 올랐다. 최저 시급은 내외국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에 따라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A씨는 ‘한국인 근로자들은 10분 더 근무했다고 10분 어치 임금을 더 달라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그런데 요즘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주 영악해요.’라고 호소한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렇게 ‘고자세’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있다. 농촌에 일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주는 농장으로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메뚜기’ 근로자들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을 고용하면 처음 몇 달 간은 말 가르치느라 시간을 다 보내요. 한국말 가르쳐주고 이것저것 알려줘서 적응할 만 하면, 돈 더 주는 농장으로 가 버리고.” 이런 고용 불안정성도 농가의 애로사항이다.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법정 임금을 요구하는 것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문제는 농가의경영비 부담을 해소할 방안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인데 인건비, 농자재 비만 해마다 오른다고 푸념하는 농가들이 적지 않다. ‘사과나무 세 그루만 있어도 자식을대학까지 보낸다’는 말은 옛말이 돼 버렸다. 인건비 절감이 어려운 농가들은 다른 비용을 줄여 현상 유지를 하고 있다. 권장 수준보다 낮은 온도로 난방을 한다든지, 병충해 취약성을 알면서도 값싼 종자를 심는 식이다.

전라북도에서 역시 토마토 농사를 하는 또 다른 농업인 B씨가 그런 경우다. B씨는 올해 비닐하우스 난방비를 대폭 줄였다. ‘제대로’ 가온하면 한 달에 700만원이 나오기 때문에, 난방 수준을 낮춰 400만원으로 아꼈다.

당연히 부작용이 따라왔다. 토마토가 저온 장해를 입은 것이다. 잎이 누래지고 시들해졌다. B씨가 그런 결과를 예상하지 못 한 것은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토가 간신히 죽지 않을 만큼만 최소한도로 가온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차피 토마토 값이 바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확을 많이 하는 만큼 지출되는 경영비도 많기 때문에, 적게 수확하는 방식을 택했다. 정부의 농업 정책이 과학화, 선진화, 첨단 기술화를 지향하고 있는데, 경영난으로 허덕이는 농가들이 많은 상태에서 ‘스마트’한 농업이 구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