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개정… 농민 탓만 할 건가
한·미 FTA 개정… 농민 탓만 할 건가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11.2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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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1일 제2차 한·미 FTA 개정 공 청회를 앞두고 농업계가 잔뜩 긴장했다. 농산물 분야 추가 개방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는 ‘쌀 시장만은 절대 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쌀 시장만 걸어닫는다고 해서 모든 농가가 안심하는 것은 아니다. 과수 농가들은 앞으로 미국산 과일이 더 많이 수입될까봐 걱정이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단체 주문이 끊겨 울상짓는 농가가 한 둘이 아닌데, 수입 과일 공급량이 늘어나면 과수 농가의 어려움은 불 보듯 뻔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에 비해 미국산 체리 수입액은 226%, 즉 4배 이상 폭증했다. 같은 기간 미국산 포도 수입액은 116%, 미국산 레몬 수입액은 266%가 각각 늘었다. 당장 시골 읍내만 가더라도, 값싼 수입 체리를 실은 트럭이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판매를 하고 있는 게 과일 시장의 현주소다. 배는 ‘제값’ 받고는 도저히 안 팔려, 농협이 상생마케팅에 나섰다. 대기업 지원을 받아 소비자가 ‘헐값’에 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이런 외부적 요소 말고도 탄저병, 일소 피해 등 기상 조건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과수 농가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그런데 아쉽게도 지난 22일 농업계 간부들 의 참여 속에 열린 농업계 간담회에서 과수 농업인들을 위한 정부의 뚜렷한 대책은 듣지 못했다. FTA 체결에 따른 대책 차원에서 정부 예산 26조 7548억 원의 예산을 반영했다는 발표, 그리고 미국산 과일 수입이 증가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자기 고백’이 전부였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장은 “세계 교역이 12% 감소할 때 한·미간 교역은 12% 증가했다. 양국간 이익의 균형과 국익 극대화의 관점에서 한·미 FTA 개정에 응할 것”이라고 말해 아예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농산물 추가 개방은 당연히 있어선 안될 일 이고, 만약 추가로 개방이 된다면 ‘할복 자살 해야 할 일’이라고 극언하는 농민단체 대표도 있었다. 그만큼 농업계는 지금 심각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수 농가들은 희망을 찾기 어렵다. 수입 과일 때문에 위기감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농업인에 대해, ‘그럼 맛있 는 과일을 재배해서 승부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관료와 전문가를 여럿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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