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직거래하는 젊은 농부
멜론 직거래하는 젊은 농부
  • 이원복 기자
  • 승인 2017.08.0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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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의령군 팜앤팜 박태우 대표

“농업은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모든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라고 말한 청년농부. 팜앤팜 박태우 대표는 
농업을 배우고 싶어 대학생 때는 전공까지 바꿨다. 
어느덧 6년 차 농사꾼이 된 그는 생산한 멜론 전부를 
인터넷으로 직거래 판매한다. 

쿠바에서는 농업장관의 급료가 450페소이고, 의사의 급료도 그것보다 낮은데 농민은 800페소 이상이나 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어째서 농사일을 하는 아랫사람이 저렇게 많은 돈을 가져가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이 있습니다. (중략)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밭에서 10시간, 12시간 일한다면 어떻겠습니까? 에어컨도 없는 실내에서 일한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한다면 얼마든지 돈은 지불하겠습니다’라고요.

요시다 타로,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 중에서...

어릴 적부터 농업에는 뜻이 없던 전자공학과 학생이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이라는 책 한 권 읽고 고향으로 귀농해 멜론 재배를 시작했다. 원예학과로 전공까지 바꾸면서 철저하게 준비했다.

시험을 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과는 달랐다. 농사를 하고 싶어서 열심히 배웠다. 귀농 후 처음에는 고생이 더 많았지만 귀농 3년 만에 전체 생산 물량을 인터넷으로 직거래하고 있다.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찾았다. 멜론의 품질과 서비스적인 부분이 향상돼 2만원에 팔았던 멜론 한 상자 가격을 3만5000원까지 끌어올렸다. 벌써 귀농 6년 차, 아직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대학원까지 진학했고 석사학위 수여를 앞두고 있다.

유기농업에 도전하다

대부분 젊은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박태우 대표도 농사꾼은 어릴 적부터 생각해왔던 직업이 아니었다. 부모님을 옆에서 도와주었던 것이 전부다.

그의 생각을 바꾼 건 책 한 권 때문이었다. 「생태도시 아바나의 탄생」은 쿠바가 과거 소련의 붕괴와 미국의 경제 봉쇄 속에서 농약이나 화학비료 없이 도시를 경작하고 위기를 극복해 오늘날의 성장을 다룬 내용이다.

그렇게 농업의 위대함을 느끼고 차근차근 멜론 재배를 준비했다. 그럼에도 현장은 책상에 앉아 배웠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첫해에는 낡은 시설과 폭우로 피해도 많이 입었다. 현장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령군농업기술센터에 찾아가서 교육을 받고 다른 농업인을 만나면서 작물 재배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나서야 어느 정도의 노하우가 생겼다.

한 해 직거래 고객만 1500명

박태우 대표가 멜론을 재배하는 면적은 총 1만1900㎡(3600평)이다. 시설 하우스 16개 동에서 작기 별로 멜론을 재배한다. 작목으로 멜론은 선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어릴 적에 집에서 키웠던 멜론이 마트에서 사 먹는 것보다 맛있다는 이유였다. 귀농할 때만 해도 멜론은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많았기 때문에 품질만 좋다면 직거래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직거래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공판장보다 나은 가격을 받고자 수확한 멜론을 트럭에 싣고 시장에 나가 직접 팔았다. 새벽 4시에 수확한 멜론을 포장한 다음 큰 도시로 나가 팔고 오면 밤 12시가 넘었다.

고생한 것에 비해서 수익이 나오지 않아 많은 방법을 찾다가 마케팅 수업을 듣고 온라인 직거래를 시작했다.

올해는 당도가 다소 낮을 수 있는 겨울 작기를 과감히 포기했다. 소비자에게 고품질 멜론만 판매하겠다는 의지를 볼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파”

지금은 성공한 농사꾼이지만 홀로 계신 어머니는 처음에 그런 아들에게 걱정이 많았다. 박태우 대표는 무엇이든 배우고 싶었지만 어머니는 농사를 가르쳐주지도, 시키지도 않았다.

그렇게 하면 금방이라도 농사를 포기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면적도 넓히고 유통구조도 확실히 바꿨다. 지금은 오히려 어머님이 박태우 대표를 믿으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가 가장 많이 신경 쓰는 것은 토양관리다. 기본적으로 작물이 자라는 땅이 좋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기물 함량을 높이기 위해 잡초의 잔사를 제거하지 않고 밭에 계속 넣어준다. 작물 수확 후 남은 잔사도 마찬가지다. 염류집적을 피하기 위해 퇴비는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 약제도 직접 만들어서 쓴다. 농약이나 화학비료는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주변인의 권유로 올해는 GAP 인증을 준비하고 있으며 나중에는 무농약 인증까지 받을 생각이다. 지금까지 별다른 인증을 받지 않았던 이유는 포장 상자에 찍힌 인증 마크보다는 있는 그대로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귀농의 성공은 구체적인 계획에 달려있다

박태우 대표는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전했다.

기본적인 작물 재배 지식은 누구나 어디서든 쉽게 얻을 수 있다. 농업 기술도 이제는 평준화돼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도 2~3년 정도 배우면 어느 정도의 수익은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을 버틸 수 있도록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귀농을 하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얼마나 생산하고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 수익을 얻을 때까지는 어떻게 생활할 것인지에 대한 모든 계획이 있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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