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직 후 귀농해 유기농 사과로 ‘대박’
대기업 퇴직 후 귀농해 유기농 사과로 ‘대박’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5.30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원 홍천군 안금자 대표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다 고향 홍천군으로 귀농한 안금자 씨.  
제초제를 뿌린 밭은 지나가기만 해도 숨 쉬기 힘들어
 농약을 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유기농 사과농사는 어느덧 성공 궤도에 올랐다. 

 

홍천에서 유기농 사과를 재배해 현대백화점에 납품하는 안금자 씨는 지난해 수확한 사과를 다 판 지 오래다. 만생종인 ‘미야마 후지’ 사과를 11월 말까지 수확해, 한 달 만에 백화점과 지인들에게 전량 판매했다. 그것도 모자라 “100상자 더 주문하고 싶은데 더 줄 수 없겠느냐”고, 백화점 측의 추가 주문이 쇄도했을 정도다.

안 씨는 서울 잠실에 살며 26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건강 회복을 위해 2002년 강원 홍천군 서석면에 귀농했다. 처음부터 사과 농사를 하려던 건 아니었다. 임업에 관심이 있어 강원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학하던 중, 아들의 권유로 사과 농사를 시작했다.

부부 내외가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겠단 생각에, 면적 6600㎡(2000평)의 과수원을 조성했다. 그리고 사과 묘목을 심기 시작해 어느덧 600주까지 늘렸다. 주요 재배 품종은 ‘미야마 후지’, ‘홍로’다. 최근엔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여름 사과 ‘썸머킹’도 재배하기 시작해, 서석농협 로컬푸드매장에 선보였다.

폭염 견딘 유기농 사과

백화점서 세 시간 만에 100상자 팔려

“지인에게 사과를 나눠주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현대백화점에도 납품하게 됐어요. 세 시간 만에 100상자가 팔렸다며, 물량을 더 줄 수 없느냐고 전화가 오더군요.”

농가들 사이에 ‘생산비도 못 건진다’는 푸념이 오갈만큼 사과 시세가 낮았던 최근 2년 동안, 안금자 씨는 남들보다 높은 가격에 사과를 팔았다. 특히 백화점에 납품하는 사과는 kg당 7000원을 받고 판매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농축산물 지수(2월 기준)에 따르면, 전국 사과의 평균 가격은 kg당 3593원. 이와 비교하면, 안 씨의 사과가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결과가 좋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폐원을 권유할 만큼. 하지만 아들이 ‘엄마는 할 수 있다’며 격려해 준 덕에 포기하지 않았어요.”

안 씨가 경영하는 ‘고분대월 농장’은 집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데, 강원도 땅이라 연중 서늘할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겨울에는 대관령보다 더 추울 때도 있고, 반대로 여름에는 몹시 덥다. 날씨가 덥거나 가물면 과수원에 진딧물이 창궐하기 쉬운데, 고분대월 농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했던 재작년에는 진딧물이 크게 번져, 농업기술센터 직원들도 두 손을 들 정도였다. 

“남편이 워낙 부지런해서 과수원의 풀을 그때그때 다 베어내요. 그런데 재작년에는 가문 데다 풀도 다 베어버려, 갈 데가 없어진 진딧물이 다 사과나무에 붙어버린 거예요.”

하지만 안 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위기를 견디고 열린 사과는 그 어떤 해보다도 붉고 예쁘게 익어 일찌감치 동이 났다. 당도도 22Brix에 달해 인기 만점이었다고. 진딧물 위기를 넘긴 비결은 바로 안 씨의 ‘집념과 지혜’였다.

“메주와 낙엽을 섞어 밭에 뿌리니

진딧물 몸살 앓던 나무가 살아났어요”

갑작스레 진딧물이 창궐하자 안 씨는 ‘이열치열’ 원리를 생각해냈다. 유기농법이다 보니 농약을 칠 수 없어, 자연 그대로의 원료로 진딧물 퇴치에 나선 것이다. 그 핵심 원료가 바로 메주다. 직접 기른 유기농 콩으로 메주를 만들어 청국장 같이 띄운 뒤 낙엽과 섞어 밭에 뿌렸다. 그때 마침 한 차례가 비가 내렸다. 그러자 메주 속의 효모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해 밭에 가득하던 진딧물을 다 분해해버렸다.

이밖에도 안 씨의 ‘비밀 병기’는 더 있다. 직접 담근 사과식초도 그 중 하나다. 물 25말에 사과식초 5kg, 목초액(1~2kg)을 섞어 희석해 수확 전 밭에 뿌리면 식초의 시큼한 성분이 사과의 새콤한 맛을 더해줘 당산비가 조화를 이룬다.

또 아삭한 식감을 위해 칼슘 성분이 풍부한 패화석(조개 가루)을 겨우내 밭에 뿌려준다. 반면 여느 농가들과 달리 가축 분뇨는 퇴비로 쓰지 않는다. 소나 돼지가 흡수한 항생제 성분이 분뇨에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해충 방제는 홍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유황합제와 석회보르도액, BT제를 사용해요.”

군 기술센터가 직접 만들어 보급하는 방제재들은 전부 무료여서, 생산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고 안 씨는 전한다.

“과수원이 산 속에 있다보니 새들이 많이 와서 쪼아먹어요. 그래서 새를 쫓으려고 거울과 CD를 과수원 곳곳에 매달아 놨어요.”

새들이 확대거울에 비친 제모습을 ‘큰 새’로 착각해 놀라 도망가게 한다는 원리다. 또한 CD는 뒷면이 햇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새들을 놀라게 해 접근을 막아준다. 이밖에도 나무의 수형을 올바르게 유인하기 위해 다인산업이 판매하는 ‘E클립’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안 씨는 한국사과협회 홍천지회 소속으로 협회 교육에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으며, 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농업인대학 과정도 적극 수강하며 유기농 사과 명장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