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경험 살려 커피 교육농장 열었죠”
“공무원 경험 살려 커피 교육농장 열었죠”
  • 이나래 기자
  • 승인 2017.05.3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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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하늘커피농장 엄기용 대표

최근까지도 TV에 방영된 커피 광고 중 원두를 수확하는 장면은 
대부분 해외를 배경으로 촬영됐다. 
하지만 커피 원두 체험을 위해 꼭 해외로 가지 않아도 된다. 
국내 최초 커피테마 농촌교육농장 ‘가평하늘커피농장’이 있기 때문이다. 

갓 볶은 원두의 고소한 향이 퍼지는 가평하늘커피농장. 이곳에선 누구나 ‘향긋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비닐하우스를 가득 메운 300그루의 커피나무는 이국의 정취를 선사한다. 바리스타 체험도 해볼 수 있다. 핸드 그라인더로 직접 갈아 내린 원두 커피를 마시는 순간, 깊고 아름다운 커피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커피를 좋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어요. 아파트 베란다에서 커피나무를 키웠는데 잘 자라는 걸 보고 귀농을 본격 준비했어요.”

가평하늘농장을 아내와 함께 운영하는 엄기용 씨는 전직 공무원이다. 구리시청 건설도시국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해 경기 가평군 조종면 명지산로(구 상판리)에 터를 잡고 귀농했다. 얼마 전 농장 개장 1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전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바쁜 날들의 연속이었다. 체험 콘텐츠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2016년 경기도 농촌교육농장 시범사업 대상에도 선정됐다. 

가평에서 커피 농사가 되나요? “네, 됩니다”

“처음엔 사람들이 다들 묻더군요. 제주도도 아닌 가평에서 커피농사가 되느냐구요. 커피 재배를 위해 지열 유지와 난방을 효율적으로 했습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중남미, 동남아에서 주로 재배되는 커피를 경기도 가평에서 재배한다고 하면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겨울에 영하 23℃ 이하까지 기온이 내려가다보니, 난방비가 매우 많이 들 거라고 짐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우스 온도를 관리하기 위해 지열 유지에 가장 많이 신경 썼습니다. 겨울철 토양 온도를 12~13℃로 유지하기 위해 하우스 측면을 따라 구덩이를 파고 깊이 40cm의 스티로폼을 심었습니다.”

등유 보일러도 가동했다. 겨울에 면적 330㎡의 하우스를 난방하는 데 월 40만원 가량 들었다. 난방비 부담이 비교적 적었던 이유는 밤에만 보일러를 켰기 때문이다. 낮에는 하우스의 3중 비닐 덕분에 온난한 온도가 유지됐다. 바깥 두 겹의 비닐 사이에 차광망과 보온섬유인 캐슈미어 등을 끼워 넣어 총 7겹의 보온 효과를 낸 덕분이다.

“커피는 반음지 식물입니다. 그래서 차광망을 쳐도 생육에 큰 지장을 받지 않았어요.”

하우스 안에는 커피 묘목과 성목이 골고루 자라고 있다. 주요 품종은 ‘아라비카’, ‘로부스타’, ‘코나 하와이안’ 이다. 성목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5년 수령이다. 커피를 화분이 아닌 땅에 심을 때는 마사토가 적합하다. 물이 잘 빠지기 때문이다. 방제를 위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인 해충은 깍지벌레와 민달팽이 정도다. 그 외 별다른 병해충 피해를 받은 적은 없다.

“하우스 커피 재배의 주된 목적은 관상입니다. 커피를 재배하는 몇몇 농가들이 국내에 생겨났지만, 아직까지는 원두를 시장에 대량 공급할 정도는 아닙니다.”

따라서 커피 농장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면 철저한 사업 구상이 필요하다고 엄 씨는 강조했다.

농부 바리스타의 커피농장에는 꿈이 열린다

이곳의 커피 체험은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커피 꽃 화분 만들기, 커피 드립백 효도선물 만들기, 바리스타 도전 체험, 로스터 도전 체험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커피 싹 틔우기’ 체험도 교육 효과가 크다. 커피 씨앗을 화분에 심고 잘 자라도록 응원 메시지를 쓰면서, 자연과 교감하고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수 있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인성입니다. 부모님께 드릴 커피 원두를 직접 갈아보고, 봉투에 감사 편지를 써서 건네면 부모님들이 얼마나 좋아할까요?”

33년 동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쌓은 경험을 살려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의지가 커피 체험농장 탄생의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가 꿈꾼 포부는 차곡차곡 실현되고 있다.

학생들이 바리스타 체험을 하면서 새로운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만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기도 한다고. 커피를 직접 내려 먹는 것에 대해 막연한 어려움을 느끼던 주부들이 ‘생각보다 간단하고 쉽다’며 감탄할 때도 뿌듯함을 느낀다. 인근 펜션에 놀러왔던 커플들이 우연히 왔다가 ‘너무 재밌다. 또 오고 싶다’고 기뻐하기도 한다. 커피를 매개로 가족과 연인, 친구가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행복하단다. 그의 모토대로 이곳에선 커피 원두 뿐 아니라 방문객들의 새로운 꿈과 비전이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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