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진짜 같은 가짜 꽃 화훼시장 교란
[기자수첩]진짜 같은 가짜 꽃 화훼시장 교란
  • 황선미 기자
  • 승인 2015.08.06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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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심리적 기능은 유효하다. 꽃을 보면 누구나 좋아하고 예쁜 꽃을 보면 마음도 고와진다는 신념으로 거베라를 생산하는 화훼 농가를 탐방하며 지인지감의 기쁨을 선사받은 기분이다. 향을 싼 종이에는 향내가 나고, 생선을 엮은 새끼줄에는 비린내가 베인다고 했던가.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에너지가 머물 것이다.

부안 상서면 장전길, 어린 벼들이 바람에 물결을 이루는 들녘 어귀 거베라 농장 26446281㎡(8000여 평)이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거베라 농가는 큰 미소를 담은 거베라 꽃과 같은 기쁨 대신 시름이 많다. 중국산 조화의 대량유통으로 수입이 반 토막 됐기 때문이다. 거베라는 축화 환환 등에 장미와 국화·백합 다음으로 많이 사용돼 거래가 활발한 품종이었다. 하지만 중국산 조화로 대체된 거베라에는 이제 더 이상 향기가 없다.

플라스틱과 나일론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베라 조화는 언뜻 보면 생화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몇 년 전 여름부터 이상기후 현상으로 국내 꽃 작황이 악화돼 국산 화훼의 유통가격이 오르자 값싼 대체품을 찾던 화환제작업체들이 수요를 파고들었다고 지적이다.

지난달 20일 양재동 화훼공판장 거베라 절화시세표에 따르면 한 속(10송이)의 평균경매가가 828원이었다. 거베라는 사계절 출하가 가능하지만,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거베라의 생육상 고온기에는 작황이 감소된다하더라도 화훼공판장 실지 거래가격은 거베라 시설농장의 유지비용조차 충당하기 어려운 저가 수준인 현실이 안타깝다. 2010 하반기부터 거베라 등 플라스틱 꽃이 대량유통 돼 생화 소비가 급감하고 꽃 시세가 폭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축하용 화환에 진짜 같은 가짜 꽃이 생화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더욱이 조화는 재활용이 가능해 경조사용 화환 재사용이 지속될 경우 조화의 검역 면에서 유해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고 화훼단체 관계자는 우려했다.

더욱이 수입산 화훼 유통 증가는 국내 화훼시장 시세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제 소비자의 선택이 중요하다. 서로가 주고받는 꽃의 가치에 화훼생산 농가의 마음도 함께하며, 꽃을 선사하는 이는 소중한 향기도 같이 전해질 수 있도록 생화를 선택해 주길 소망해본다. 또한 조화의 경우 유해성분 검출에 따라 검역과 관세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관계자의 지적도 귀담아들어야할 것이다.

거베라는 요즘 쉬는 철이다. 서늘한 기후를 좋아해 봄·가을 화사한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베라 농가도 요즘은 관리에 중점을 두고 출하를 줄이거나 쉬는 편이다. 바캉스 어원이 라틴어 ‘비우다’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여름 바캉스 인파를 보며 진정한 휴식은 비우는 것임을 실감한다. 현재 겪는 거베라 농장의 쉼이 이후 풍성한 출하의 기쁨으로 이어지길 소망해본다. 사계절 출하의 기쁨을 선사하는 거베라의 만개한 미소가 경조사 화환에 그득해 꽃을 주는 생생한 기쁨과 향기가 생산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함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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