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위기에 선 과천화훼집하장,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
생존의 위기에 선 과천화훼집하장,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해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6.05.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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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과천화훼집하장 이전 및 보상대책 특별위원장(청향란원 대표)

신동욱 과천화훼집하장 이전 및 보상대책 특별위원장 (청향란원 대표) 

10년 전, 서울의 대표적인 꽃시장인 ‘구파발 화훼단지’ 가 사라졌다.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한 ‘은평뉴타운’ 개발에 밀려 30년 이상 이곳에서 꽃을 키우고, 판매하던 사람(서민)들은 인근 서오능, 또는 양주의 여기저기로 분산되어 뿔뿔이 흩어졌다.

지난 1월14일 국토교통부는 과천시 주암동 일대를 뉴스테이(기업형임대주택) 공급촉진지구로 선정, 발표했다. 발표된 지구계획안에는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화훼 도매시장인 ‘과천화훼집하장’이 포함 되어있었다. 갑작스런 정부의 발표로 20년 이상을(1990년 5월 ‘남서울 화훼집하장’으로 출범) 이곳에서 생업을 유지하며 오늘의 유통단지를 일구어온 상인들은  불투명한 미래와 생존의 절박한 위기에 내몰리게 되었다.

과천화훼집하장은 200여호(정회원 183호) 의 분화전문매장이 입점하여,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과  약 700여명의 직. 간접 고용창출 효과를 낳고 있다. 이곳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 되는 화훼류는  멀리 경남 진해, 전남 목포, 바다건너 제주에 이르기까지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공판장을 통해 유입되는 물량을 제외하고도 전국의 1,300여 농가가 과천화훼집하장의 상인들과 직거래를 통해 농업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뉴스테이 주암지구 개발계획에 따르면 과천시 주암동 일대의 약 28만평(929,080m²)의 그린벨트를 풀어 5,200세대의 기업형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거다. 기업형임대주택은 입주자의 자격, 임대료등 의 제한도 없으며 주택도시기금등의 자금지원과 각종 세제혜택까지 주어질 전망이다. 결국 그린벨트를 풀어 민간 사업자에게 막대한 ‘개발차익’이라는 특혜를 주는 사업이다.

반면 이곳에서 수십 년에 걸쳐 생업에 종사하고 있던 화훼종사자 들은 몇 푼 안 되는 보상을 받고 쫒겨 나야 될 처지가 되었다. 토지보상을 받는 지주들과 달리 이들은 대다수가 토지를 빌려 스스로 시설 하우스를 지어 화훼 업을 하는 임차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뉴스테이 지구 내에  ‘화훼종합유통센터’를 지을 수 있는 약1만5천 평의 부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뉴스테이지구 예정지 28만평중 약20%에해당하는 6만3천 평이 기존에 화훼종합유통센터부지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훼종합유통센터 조성과 관련하여 지구개발사업을 맡게 될 ‘한국토지주택공사’ (LH) 관계자의 말을 빌면 토지정리와 지구조성이 끝나면 “해당 구역별로 민간 사업자에게 경쟁 입찰을 통해 부지를 분양할거고 ‘화훼종합유통센터’부지 역시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 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이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LH공사와 민간사업자는 엄청난 개발이익을 챙길 것이고 분양가는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 그리되면 실제로 ‘화훼종합유통센터’에 들어가야 할 ‘과천화훼집하장’의 수많은 상인들은 입주하기 어려울 것이고, 새로 지어진 건물은 남의 집 잔치가 되거나 휭덩그래한 건물만 남을 것이다. ‘과천화훼집하장’ 은 이사업의 ‘키 테넌트’(key tenant)다. 집하장의 상인들은 화훼산업 전반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누구보다도 뛰어난 화훼상품 개발능력을 갖고 있으며 전국에 걸친 유통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없인 ‘화훼유통센터’의 성공과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과거의 수많은 개발과정에서 그 땅을 일구며 삶의 터전을 지켜왔던 사람들은 쫓겨나고 삐까번적한 건물과 밥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곤 했다. 지금 여기, 이 땅에서 숨 쉬며 생업을 지키던 사람들이 밀려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과천은 꽃의 도시다.  새로 조성되는 ‘화훼종합유통센터’는 단순한 상업적 공간을 뛰어넘어 시민과 함께 즐기며 시민의 휴식처가 되고 학습과 교육의 장 이 되어야한다. 과천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이 되도록 조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공익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상업적 목적만으로 이사업을 대해선 안 된다. 개발로 얻어지는 이익의 일부를 그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과 시민에게 돌려준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사업자가 할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뉴스테이 주암지구 개발을 책임지는 LH공사가 직접 나서야한다. 화훼종합유통센터와 인근의 공원부지(화훼테마공원)를 함께 묶어 LH공사에서 직접 조성하여 이를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고, 집하장 회원들의 추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개발의 이익만을 좇아 움직이는 기업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이해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길 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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