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식량 안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식량 안보’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1.07.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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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대부분의 국민들은 식량 안보 문제가 피부로 와 닿지 않겠지만,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식량안보 전쟁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따라서 농업정보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식량  안보의 필요성과 해외농업개발사업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에 대해 총 두 차례 다룰 예정이다.   
1)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식량 안보’ 
2) 해외개발사업 성과 제고를 위한 고언(告言) 

 

김완배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명예교수

 

먹거리의 50% 이상을 외국에 의존하는 나라.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중 실질적인 식량자급률이 최하위인 나라. 달러만 있으면 농산물을 수입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안심하고 있는 나라. 바로 오늘의 한국이다. 23% 수준에 불과한 곡물자급률도 대부분 쌀 자급이 차지하고 있으며 주요 곡물의 자급률은 밀 0.7%, 옥수수 3.5%, 콩 26.7% 등에 불과한 실정이다.


국제 농산물시장이 안정적이라면 우리의 높은 수입 의존도가 문제 될 것이 없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이미 두 차례(2006~2008년, 2011~2012년)에 걸쳐 국제 농산물가격 급등이라는 파도가 우리를 덮쳤다. 작년부터 시작해 현재 진행 중인 세 번째 쓰나미는 또 다른 ‘슈퍼 사이클’의 전조라고 불릴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밀려들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2020년 6월 93.1 포인트에서 2021년 4월 기준 120.9 포인트로 단 10개월 동안에 30포인트 가까이 상승했다.


국제적 대응책 선물시장의 적극적 활용


이제 식량 안보, 나아가 식품 안보 문제는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려운 우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식량 안보 수준을 증대시키는 방안은 크게 대내적 및 대외적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국내적 대책으로는 식량 생산 확대, 비축 제도의 도입, 저소득 계층의 식량 접근성 제고 등이 있다. 국제적 대응책으로는 선물시장(Futures Market)의 적극적 활용, 수입 선의 다변화, 해외농업개발 등을 들 수 있다. 국내 생산의 확대는 다시 식량생산기반의 외연적 확충과 생산성 향상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전자와 관련하여, 2006~2008년 곡물 파동 시 쌀은 국내 자급을 유지함으로써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따라서 쌀의 생산기반을 현 수준으로 유지토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동시에 쌀 생산 농가의 수익성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쌀 가격의 하락은 과잉 공급에 기인하며, 과잉 공급의 원인은 소비량 감소에 뒤처지는 생산량 감소, 매년 40만 톤이 넘는 의무적 수입 물량 등이다. 소비량 축소에 맞추어 쌀 생산 농가의 타 작목 재배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보다 부가가치가 큰 쌀 가공품의 개발 및 소비 확대 등을 추진한다면 쌀 재배 농가의 수익성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다. 수입 밀가루의 20%에 해당하는 100만 톤을 쌀가루로 대체하는 계획을 추진 중인 일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한 보리·밀·콩 등의 증산을 위해 논의 2모작 확대와 유휴농지 활용이 요청되는데, 현재로서는 수익성이 낮아 정부 보조금 없이는 생산 장려가 힘든 형편이다. 이와 관련하여 농업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식량자급률의 법제화’는 식량 안보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하지만, 대규모의 정부 보조금 지원이 요구되므로 현실성이 낮다고 생각된다. 정부 재원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이들 작목의 부가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가공품 개발 및 소비자들의 안전성 추구 성향을 바탕으로 한 자발적인 국내산 소비 확대가 요망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품질 수준은 유지하면서도 단위당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대한 정부 지원이 요구된다. 외부 기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고층 건물 형태의 ‘수직형 농장(Vertical Farm)’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나, 많은 면적이 요구되는 곡물 등의 경우에는 경제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다른 방안으로 생명공학기술을 활용한 유전자 변형(GM) 곡물 재배를 통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방법도 있지만(작물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7∼20% 수준의 생산성 향상이 가능하다고 함), 소비자들의 GM 농산물 안전성에 대한 우려 수준이 높아 단기적으로 실현될 것 같지는 않다.


국내 쌀 공공비축제도, 해외농업개발사업에 비해 효율성 낮아 


비축제도 도입과 관련하여, 현재 쌀에 대한 공공비축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옥수수·콩·밀 등에 대한 비축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곡물 수출국의 수출 규제 등 긴급한 상황에 대처하기에는 바람직하지만, 저장시설의 건설과 유지, 저장에 따른 감모분과 이자 비용 등의 요소 때문에 해외농업개발사업 등에 비해 효율성이 낮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곡물 파동에서도 경험했듯이 식량가격 급등 시 가장 큰 피해자는 저소득층 소비자라 할 수 있다. 국내외 대책을 통해 곡물의 안정적 공급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이들 소비 계층의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할 뿐이며 식량 안보란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 보장 수급 가구의 80% 정도가 배고픔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게 기초 식량에 대한 최소한의 접근성만이라도 보장해주기 위해 식품권(Food Stamp) 제도의 도입(쿠폰으로 지급할 경우, 쿠폰을 현금으로 바꾸는 암시장이 발생할 확률이 높으므로 현물로 지급하는 방식이 바람직함), 민간 조직 주도의 푸드뱅크(Food Bank)에 대한 정부 지원의 확대 등이 요청된다.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이 차질 없이 추진되더라도 전체 농지면적이 160만ha 수준에 불과한 상태에서 모든 식량을 국내에서 자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 우리나라는 곡물 수입 물량의 30% 정도만을 선물거래를 통해 구입하고, 나머지는 일괄 현물 거래방식(Flat Buying)에, 그것도 대부분을 곡물메이저와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 곡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시기에는 이들로부터 곡물을 구매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격 변동이 심한 경우 무방비 상태가 되며, 특히 곡물메이저들이 담합 등을 통해 곡물 가격을 턱없이 올려도 우리와 같은 수입국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곡물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수 있고 중기적인 구매계획 수립 등을 가능케 하는 선물거래의 비중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물시장 역시 전 세계적인 곡물 수급 상황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이내의 선물거래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선물시장을 통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국제 곡물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됨을 전제로 할 때, 곡물메이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수입 선을 다양화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식량 안보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 중 국내적 대책 및 선물거래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세계적인 식량 위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우리의 식량 안보를 꾀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도 적극적인 수단은 바로 해외농업개발사업이라 할 수 있다. 고언(告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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