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기생충’ - 바이러스
공포의 ‘기생충’ - 바이러스
  • 나성신 기자
  • 승인 2020.03.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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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내과
김주형 원장
김주형 원장​
김주형 원장​

‘기생충’은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남에게 의지하여 살아가는 생물을 이르는 말이다. 요즘 지구촌이 ‘기생충’으로 온통 떠들썩하다. 한 ‘기생충’은 기쁨과 희망을 주었고, 또 하나의 ‘기생충’은 공포와 절망을 주었다. 전자의 것은 영화계의 최고 축제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의 4개 부문을 휩쓴 봉준호 감독의 한국 영화 ‘기생충’이다. 각종 인터넷 검색창에 ‘기생충’을 치고 검색해보면 회충, 벼룩이나 진드기 등에 관한 언급이 없고 영화 ‘기생충’에 관한 기사와 성공 스토리만으로 도배되어 있는 실정이다. 실의에 빠진 우리나라 국민에게 위로를 줄 정도로 전대미문의 대사건이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기생충’은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공포의 대상은 바로 ‘바이러스(Virus)'이다. 바이러스는 미생물의 일종인 곰팡이나 세균(박테리아)보다 훨씬 작다. 세균의 50~100분의 1 정도로 작아서 일반적인 광학현미경으로는 관찰할 수 없으며 전자현미경이 도입된 후에야 비로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작은 ’입자‘에 불과한 바이러스 출현의 기원은 과학자들 사이에도 일치된 정설이 없으며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는 특이한 생명체이다.
바이러스의 기본 구조는 매우 단순하다. 이중 지질 세포막을 가진 세균과 달리 바이러스는 단백질 껍질 안에 복제 기능을 하는 유전자인 DNA 혹은 RNA 한두 가닥만이 있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일명 ‘이동식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를 가진 바이러스는 개체수를 늘리는 증식이나 번식에 필요한 효소가 없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다, 동물이나 식물 심지어 세균조차도 숙주로 삼아 세포벽을 뚫고 들어가 안에 있는 여러 효소의 도움을 얻어야만 증식이 가능하다. 이런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보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동물에서 동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끊임없이 옮겨가야 한다. 이동하는 동안 돌연변이를 일으키고, 변이된 바이러스에 의해 인간은 각종 질병에 걸리게 된다.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의 이동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 정착생활을 하며 가축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전에 없던 질병에 걸리는 이유가 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홍역이나 에이즈,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 광우병, 조류독감 같은 질병 역시 동물과 인간의 관계가 변화해온 수백 년 사이에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었다. 옮겨 다니면서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여 종전과는 다른 위중한 결과를 초래하는 ‘신종’ 질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타난다. 
‘신종’ 전염병의 발생량을 측정하기 위해, 스코틀랜드 연구진은 인체에서 신종 전염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175개 미생물을 가려냈다. 그중 132개, 즉 75%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미생물이다. 바이러스가 44%, 세균이 30%, 원생동물이 11%, 곰팡이가 15%를 차지한다. 바이러스 중에는 DNA 바이러스보다 RNA 바이러스가 훨씬 많다. RNA 바이러스가 특히 많은 이유는 돌연변이율이 다른 미생물보다 크게 높아 새로운 숙주에 보다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진(NIAID-RML 제공)​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사진(NIAID-RML 제공)​

우리나라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도 RNA 바이러스이며 박쥐를 중간 숙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박쥐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적응하여 전혀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나 인간에게 전염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에 박쥐와는 다른 위중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정식 명칭은 코로나19)의 치사율은 사스나 메르스보다 덜하고 기존의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와 비슷한 정도이나, 사람에서 사람으로의 전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기초적인 의료 자원이 부족하고 중증 환자에 대한 관리에 소홀한 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발 빠른 대응으로 코로나바이러스의 진단 시약이 신속하게 만들어져 조기 진단이 가능해지고 확진자에 대한 의학적인 치료가 적절하게 행해져 중국보다 치사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분간 코로나19 감염병 환자가 늘어나더라도 감염 이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현재까지 코로나19 감염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직 없으므로 사스나 메르스와 같이 에이즈 치료제인 항바이러스제와 인터페론 제제 등을 사용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좋으며, 바이러스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의 개인위생을 생활화하면 된다.

인체의 세포 안으로 들어온 ‘기생충’, 아주 작은 입자에 불과한 바이러스가 인간의 삶과 환경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우리는 매일 접하고 있다. 처음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의 자궁에서 나온 직후부터 인간은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장내세균과 효모의 도움으로 건강한 식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헤르페스바이러스와 평화롭게 공존하며, 일부 위험한 미생물에 의한 질병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평온한 시기에는 바이러스를 포함한 미생물, 인간, 환경의 삼각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균형 상태에서 미생물의 감염력 및 전염성 증가, 인간의 면역력 저하, 환경의 급격한 변화 등이 생기면 삼각관계에 균열이 생긴다. 그러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균형 상태가 오게 마련이다. 이번 코로나19의 경도의 치사율과 강한 전염성으로 인해 삼각관계에 불균형이 생겼으나 우리 각자의 면역력과 식습관, 환경을 재점검하여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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