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독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본산 PO필름 점유율 60%"
기술 독립,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일본산 PO필름 점유율 60%"
  • 이지우 기자
  • 승인 2019.12.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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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농촌의 고령화, 고소득 온실 재배자목 전환 등으로 인해 우리 농업 현장에 시설원예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는 가운데, 시설원예의 필수 자재인 온실 필름(비닐)의 일본산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한일 양국 간 시국의 불안정에 따른 산업 전반의 국산화 열풍과 맞물리면서 과반을 넘는 높은 일본산 필름의 점유율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농업정보신문은 이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알아보고자 한다.

 

현재 일본산 필름의 높은 점유율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대체로 장기성 PO 코팅 필름(PO:Polyolefin)의 수입산 비중에 대한 논의다. PO필름은 기존 일반 PE(Polyethylene) 필름 대비 기능성과 수명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며 국내에서도 해가 다르게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농가에서 흔히 일본산 필름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체로 PO필름을 칭하는 것으로 국내에 처음 PO필름이 보급 될 때 대부분 일본 수입산에 의존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PO필름을 통칭해 일본산 필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기존 비닐하우스 용도로 쓰던 PE필름 대비 PO필름은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PO필름은 흔히 장수필름이라 불리는 기존 PE필름 대비 가격은 동당 설치비용이 약 2.9배에 달할 정도로 넘는 고가이지만 내구성과 기능면에서 PE필름을 훨씬 상회해 평균수명은 약 3배이며, 무적성(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필름을 타고 바닥으로 흐르도록 하는 기술), 빛 투과율 등에서도 PE필름 대비 기능성이 높아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산보다 일본산에 더 많은 지원
제도적 장치 고려해야

국내에서 사용되는 PO필름의 원산지를 분석한 결과, 2015년에는 국산 516t, 수입산 3000t으로 수입산이 국산을 6배 가까이 압도했지만 국내 업체의 PO필름 공급량이 확대되면서 2018년에는 국산 2450t, 수입산 3469t으로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전체 PO필름 사용량의 59%가 수입산이 점유하고 있으며, 수입산 PO필름의 대부분은 일본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비닐하우스용 PO필름을 구입하는 시설원예 농가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농식품부는 비닐하우스용 PO필름 구입에 따른 국고보조금 지급시 국내산 사용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다.

박주현 의원은 “비닐하우스 농가에서 국내산 PO필름을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산 PO필름이 상당수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산 PO필름이 일본산보다 30%가량 저렴함에도 일본산 PO필름의 점유율이 줄어들지 않는 것은 보조금이 일본산 PO필름 구입에 아무런 제약 없이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선호도 높은 일본산 필름
현장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농식품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비닐하우스용 필름의 보조 사업을 진행할 때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당연히 보조금을 지원 받는 농민의 몫이다. 사실상 농가 현장에서 일본산 필름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본산 필름의 보조금 지원액 비중도 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딸기와 멜론이 주로 재배되는 전남 담양군은 일본산 PO필름의 보급률이 과반을 넘는데 가장 큰 배경은 농가의 선호도에 기인한 것이다. 지자체의 지원사업이 없었던 최근 몇 년간 농가의 자비로 설치한 필름도 일본산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올해 보조금 사업에 지원한 농가에서도 일본산 필름의 신청 비율이 여전히 50% 이상이었다. 담양군청 관계자는 농가의 선호도와 선택을 지자체 차원에서 만류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고 토로한다.

“제도적으로 보조금 사업을 시행할 때 특정 업체를 주선하거나 제시할 수는 없다. 농민이 원하는 회사나 제품으로 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고 국산 업체의 제품을 농가에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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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청의 관계자도 농가의 선택에 제동을 거는 것은 힘들다고 말한다. “성주군 참외 재배 농가가 일본산 필름을 선호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해 점유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한때 80%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0% 대로 내려왔다. PO필름 보급 초창기에 일본산 필름이 대세를 이뤘지만 국내 기업의 PO필름 보급량이 늘면서 점차 변화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유국선 대표 역시 농민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PO필름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는 PO필름을 통칭해 일산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일본산 필름에 대한 평가가 우수했다. 최근에는 국산 PO필름도 시장에 많이 보급이 되고 있는 상황이고, 나 역시 올해 국내 업체의 PO필름으로 하우스를 새로 설치했는데 품질에 만족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PO필름은 일본산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국산 PO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신뢰감이 떨어진다’, ‘수입산과 비교해 성능이 낮다’가 약 60%를 차지했다. 또한 ‘국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가 30.5%로 나타나 국산 PO필름에 대한 성능개선과 더불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닐하우스 필름을 비롯한 농산업 전반의 일본 수입품에 대한 문제제기를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 국가 간 교역 문제인 만큼 수입품에 대한 본격적인 정책적 제한장치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나, 국민적 정서와 장기적인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해 다각도의 지원책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관련 업계와 농업 종사자 분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긍정적인 방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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