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국 농정 전환의 핵심은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강화Ⅰ
2020년 한국 농정 전환의 핵심은 농업직불제의 개편과 강화Ⅰ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9.12.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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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생산 활동 위축… 공익적 가치 감안해야
농가 소득 및 경영 안전망 강화 필요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임정빈 교수

세계적인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농업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1995년 출범한 WTO 체제와 2000년 대 들어 주요국과의 FTA체결로 인해 이제는 식품위생 및 동식물 검역에 문제가 없는 한 누구나 농산물을 수출입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로운 무역질서체제는 일반적으로 국제적인 자원이용의 효율성 증대, 시장접근 기회의 확대 및 경제 효율성 제고를 통해 세계 경제발전과 각국의 경기회복에 기여한다고 믿어진다. 

하지만 어느 국가에서나 농업은 여타 산업부문과 달리 농업 특유의 다양한 비시장적 공익가치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에 대폭적인 무역자유화나 시장개방이 어려운 분야다.
농업분야가 얼마나 중요하고 민감하게 인식되는지는 2001년 시작된 WTO DDA 협상이 거의 20년 가까이 표류하다 선진국과 개도국, 그리고 수출국과 수입국간 첨예한 대립으로 좌초된 핵심 원인이 바로 농업분야라는 측면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모든 국가에 있어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 기능 이외에 토양보전 및 수자원함양, 환경 및 생태의 보전, 경관 및 문화의 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등 다양한 형태의 공익적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아직도 농업이 발휘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중요성이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무엇보다 선진국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이 아직도 국민들이 먹고 사는 기초적 생존문제 해결이 중요하기 때문에 농업을 단지 식량을 공급하는 부문으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농업생산 활동이 국민에게 식량공급이라는 고유의 기능 이외에 부수적으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해 왔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이 창출하는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는 경쟁논리에 입각한 농산물 무역자유화로 급격히 상실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와 같이 농업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식량순수입국의 경우에 국내 농업생산 활동의 위축은 지금까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통해 부수적으로 수행되어 온 홍수 조절, 지하수 함양, 대기정화 및 환경보호, 식량안보 및 식품안전, 전통문화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사회 및 정치안정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다. 

농가소득 및 경영위험 대응하는 안전망 장치 강화해야 

이에 우선적으로 농업강국과의 FTA 체결 등으로 농가의 경영 및 수익조건이 약화되는 추세에서 농가의 경영위험을 축소시키고 한국농업의 지속성 제고를 위해서는 농가소득 및 경영위험에 대응하는 안전망 장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농가의 경영 및 소득 안정망 대책 마련도 없이 농업부문이 축소되고 농촌사회가 붕괴된다면 농업활동과 농촌사회의 유지로 인해 창출되는 많은 사회적 순기능이 없어질 것이며, 향후 이러한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가치를 되찾기 위해 사회 및 경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은 일정수준의 농업생산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한 가격 및 소득 안전망 장치의 구축과 함께 농업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능과 가치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인식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미국, EU, 스위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농업생산 활동으로 창출되는 토양, 수자원 등 환경보전, 생물다양성유지, 경관 및 문화보전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농업에 대한 직접지원을 확대 및 강화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당초 선진국에서 농업직불제는 1990년대 초반 높은 농산물 관세장벽과 가격지지 감축으로 인해 발생하는 농가 수입감소 위험에 대응하는 경영 및 소득안정형 직불제에 초점을 두었으나 최근에는 환경 및 생태, 경관보전, 생물자원보전, 식량안보, 지역의 균형발전 등을 목적으로 한 공익형 농업직불제로 분화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농업직불제 통해 농업 공익적 가치 확산

이렇게 선진국을 중심으로 농업직불제가 농정의 주요 수단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러한 농업직불제가 일정수준의 농업생산 활동을 통해 농가에 대한 소득지지 또는 경영안정에도 기여하고, 동시에 토양, 수질, 대기의 질 개선, 농촌경관 형성 및 전통문화보전, 지역농업과 농촌경제의 활력 회복 등 다양한 공익적 정책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선진국들은 농업직불제를 단지 농가소득 보전이라는 측면에서의 농정수단에 그치지 않고, 농업직불제를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확산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선진국에서 농업직불제 시행의 근거로 공익형을 강조하는 것은 농업활동을 보다 환경친화적이고, 생태 및 경관보전적으로 유도함으로써 농업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을 확산하고, 이를 통해 농업과 농촌지원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한 전략도 내포되어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농업직불제가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정책수단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농업·농촌이 발휘하는 공익적 기능 확산에 이바지하도록 합리적 개편이 필요하다. 

다행히 2019년 9월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현행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여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공익형 직불 농정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한 것은 높게 평가된다. 현행 쌀 중심의 직불제를 논·밭 구분 없이 통합하고, 공익형으로 개편하여 농가의 소득안정과 농업의 공익적 기능 확산을 도모한다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현행 쌀 중심·대농 편중의 농업직불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농업과 농촌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도록 농업직불제를 공익형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식량안보, 환경 및 생태보호, 경관보전 등 농업과 농촌이 창출하는 공익적 기여를 보상하기 위해 공익형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 나가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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