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 어떻게 해야하나
[기자수첩]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 어떻게 해야하나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12.16 10: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야생멧돼지에 한돈농가의 운명이?

이제 한돈농가의 생존권이 야생멧돼지에 걸려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

북한에 이어 국내에서 처음 발병한 ASF로 인해 전에없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부도 양돈농가도 진퇴양난이다. 앞으로는 야생멧돼지에서 ASF가 발생하기만 해도 그 지역 농가의 사육돼지를 살처분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양돈농가들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대한한돈협회 하태식 회장은 “야생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근 지역 한돈농가의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 할 수 있도록 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개정안에 결사반대한다”고 밝히며, 선량한 한돈농가의 뜻과 배치되는 개정안의 즉각 철회와 수정을 촉구했다.

강화, 김포, 파주, 연천, 철원 등 ASF 발견, 발생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의 과도한 살처분 정책에 반대하고 있는 대다수 한돈농가들은 축산업 말살정책이라며 매우 허탈해 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13일 국회 농해수위원회 박완주 의원은 ASF 방역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사육제한 손실 폐업보상 근거 마련과 야생조류, 야생멧돼지 가축전염병 특정매개체 명시 등을 골자로한 ‘가축전염병 예방법’ 일부개정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야생멧돼지 등 가축전염병 특정매개체가 질병을 전파하는 원인일 경우에는 방역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야생조류와 야생멧돼지를 가축전염병 특정매개체로 명시해 가축질병 발생 우려지역에 대해서는 예방적 살처분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예정이어서 농가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북한과 인접한 지역이라고 해서 야생멧돼지 위험성 때문에 모든 사육돼지를 살처분 한다는 것은 사실 판단하기 모호한 측면이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죄없는 돼지또한 야생멧돼지가 돌아다닌다는 막연한 공포로 인해 어쩔수 없이 희생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비극이 따로없다.

지난달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봉균 검역본부장은 “ASF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겪다보니 모두 두려움을 갖고 방역을 진행한 까닭에 상대적으로 농가에 많은 부담을 주는 결과를 낳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본부장은 멧돼지 포획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던 환경부가 10월 들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며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동서 울타리 설치를 통한 차단방역과 총기포획을 통한 제로화 정책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전 세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양돈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관계부처가 합심하고 협력해 철저하게 차단한다면 굳이 양돈농가를 희생양 삼아 두려움을 극복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축산농가에서 사육 중인 가축을 도태를 목적으로 출하 ‘권고’할 수 있던 것을 ‘명령’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어 농가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악법의 소지가 다분해 한돈협회의 강력한 항의로 인해 현재 법사위원회의 검토지시에따라 계류된 상태다. 

정부와 국회도 좀 더 축산업을 살리기 위한 고민과 농가와의 소통에 보다 충실 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