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조금 정착, 이제 질적으로 성장할 때
[기자수첩] 자조금 정착, 이제 질적으로 성장할 때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11.13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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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의견 충분한 수렴 후 추진 필요
성과식 밀어부치기 부작용 우려
                                  지난 6일 경남의 한 농가에서 참다래를 수확하고 있다.

 

자조금은 농민을 위시한 생산자 단체와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포함한 품목 산업 관계자들이 그 품목 발전을 위해 농가의 가축 마릿수나 농산물 규격에 맞게 자율적으로 거출하는 기금이다.

자조금은 생산자 단체를 조직화해 농산물의 판로 확대와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을 도모하게 함으로써 농가 소득 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자조금에는 임의자조금과 의무자조금이 주로 거론된다. 임의는 내고 싶은 사람만 내면되고 의무자조금은 말 그대로 모든 농가가 내야하는 의무를 가진다.

정부도 ‘농수산자조금의 조성 및 운용에 관한 법률’ 제5조(출연 및 지원) 에 의거 농산물 판로확대 및 농가 소득 증진을 위해 생산자 단체에 소비촉진 홍보비, 시장 개척비, 사무국 운영비 등을 일정부분 지원하고 있다.

현재 우리 농업의 대내외적 환경은 자유무역협정(FTA),메가 FTA 등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와 시장 개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버렸다.

이에 생산자 단체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세계시장의 흐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자조금 조성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축산업계는 지난 2005년 한우자조금과 한돈자조금, 2006년 우유자조금, 2009년 계란자조금과 닭고기자조금, 2014년 육우자조금, 2015년 오리자조금이 도입돼 어느 정도 자리 잡아 나아가고 있다.

원예농산물은 정부가 조직화율이 높은 과수 과채 등은 의무자조금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인삼, 버섯, 파프리카, 참외를 필두로 2017년까지 참다래 배, 사과, 감귤, 백합, 친환경, 복숭아, 단감, 포도, 육묘 등 14개까지 늘려 생산자 스스로의 힘으로 품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상황을 보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자율적 생산과 유통 조절 권한을 부여한다는 방침이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의도가 정부의 수급조절 기능과 역할을 강제로 의무 가입시켜 자조금 단체에 떠 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난 6일 경남지역에서 취재 차 만난 한 참다래 농가 대표는 정부가 의무자조금을 무리하게 조성해 추진하다보니 부작용도 많다고 털어놓는다.

모 대표는 자조금 조성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생력을 키워 발전시키는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확실하지 않은 거출 기준도 모호하고 그럼으로써 거출률도 현저히 떨어지는 악순환과 함께 생산자 대표들의 의견 수렴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하다 보니 흐지부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자조금에 의지하지 않고 몇 개 지역 대표들을 만나 통합 유통조직을 만들 움직임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장 목소리처럼 이제는 자조금이 무임승차 논란과 정부 주도 육성보다는 질적으로 성장할 때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애매한 규정과 규제를 철페하고 농업현장의 제대로 된 현황파악이 우선되어야 하고 농가들의 의견과 조율을 충분히 거친 후 추진되어야 원활하게 흘러 자조금 상생 발전으로 가는 길임을 정부는 숙지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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