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과수산업, 이상기상 이렇게 대비하자
[기고] 과수산업, 이상기상 이렇게 대비하자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9.11.1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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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과수과 농업연구관 한점화

우리는 지난해 이상기상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여름철에는 피해가 컸던 2016년의 기록을 갱신하면서 1973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상기상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여러 전문가들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상기상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는 전략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째는 제도 개선 등 인프라 구축, 둘째는 작목과 품종 개발, 마지막은 재배기술 개발이다.

인프라 구축은 ‘농업기후 예측 고도화’와 ‘농작물재해보험 개선 및 확대’를 들 수 있다. 기상 예측의 신뢰도를 높이고 보다 장기적인 예측이 가능하다면 체계적인 사전 대책 수립으로 피해를 경감시킬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처음 사과, 배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농작물재해보험은 2017년 기준 53개 작목으로 확대되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67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가의 수입(收入)을 보장해 주는 수입보장보험은 6개 품목에서 12개 품목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작목과 품종의 다양화도 중요하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처럼 과수 재배도 한 곳에 집중해서 투자하지 말고, 여러 곳에 나누어 분산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과와 배 등 대부분의 과수 결실에 필요한 꽃가루를 얻기 위해서는 20% 이상 다른 품종을 재식해야 한다. 같은 품종의 꽃가루로는 결실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농가들이 꽃가루를 제공하는 품종(수분수)을 재배하는 대신 꽃사과, 인공수분 방법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다. 즉, 다양한 품종을 재배하는 대신 단일품종만 재배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농가, 지역 간에 품종의 다양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단일 품종의 비중이 매우 높다. 사과는 2018년 현재, 후지의 비중이 73.5%, 배는 신고 86.4%, 포도는 캠벨얼리 52.7%이다. 그나마 복숭아는 다른 작목에 비해 다양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품종을 다양화한다고 이상기상 피해를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올해 봄철 배 저온피해 상황을 보자. 신고 품종은 피해가 심했던 반면 화산, 추황배의 피해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품종 간 이러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배라는 과일이 꽃이 활짝 피었을 때 저온에 가장 약한 이유도 있지만, 주 품종인 ‘신고’ 품종이 상대적으로 꽃이 빨리 피기 때문이다. 이상기상에 대한 이러한 품종 간 차이는 다른 이상기상에서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작목이 다르다면 이러한 차이는 더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품종과 작목의 다양화를 위해 농촌진흥청은 플럼코트, 플루오트 등 새로운 과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수입이 많은 체리, 블루베리 등에 대한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리브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재배가 가능한 아열대과수 선발에 관한 연구도 추진 중에 있다. 아울러, 신품종을 공동출하함으로써 시장에서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신기후변화대응사업단을 구성하고 이상기상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한 연구를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감 등으로 주요 재배작목 수가 적고, 일부 작목의 경우 단일 품종 비율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이상기상 대응을 위해 작목과 품종을 다양화하는 것은 다소 시간이 걸리는 일이긴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대응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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