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WTO 개도국 특혜포기 파장
정부, WTO 개도국 특혜포기 파장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10.28 16: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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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보전 대책 마련 시급
농민단체 강력 반발
농해수위 농업포기 안돼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좌측 두 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가운데)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WTO지위 특혜 포기와 관련 정부 결정방침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WTO 개도국 특혜 관련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사실상 포기 선언을 해 향후 농민단체들을 비롯한 농업계 안팎으로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 등 관계 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제20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WTO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에 우리 농업의 민감분야는 최대한 보호할 수 있게 유연성(flexibility)을 협상할 권리를 보유ㆍ행사한다는 전제하에 미래 WTO 협상에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의사결정 과정에서 쌀 등 민감 품목에 대한 별도 협상권한을 확인하고, “개도국 지위 포기(forego)가 아닌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는다(not seek)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아울러, 정부는 이번 결정이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세 가지 약속사항을 제시했다.

우선 첫째, 미래의 WTO 농업협상에서 쌀 등 국내 농업의 민감분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둘째, 미래의 WTO 농업협상 결과 국내 농업에 영향이 발생할 경우 피해 보전 대책을 반드시 마련함과 동시에 셋째, 우리 농업의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를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하고 특히 우리 농업의 경쟁력과 체질 강화는 지금부터 꾸준히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 만큼 여기에 정책역량을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3개 농민단체 대표들이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반대 집회를 하고있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에 대해 한국농축산연합회를 비롯한 농축산인 단체들과 농해수위 위원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농축산연합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오늘 기재부 차관 주재로 농민단체 대표자들과의 간담회가 결국 파행되었다”면서, “지난 17일 열린 산자부 간담회에서도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 미국의 압력은 없고 정부가 스스로 개도국을 포기하는 것이며 포기하더라도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농업 대책도 현재로서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혀 농민들을 위한다는 정부의 말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도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한 것이 엊그제인데 배신감이 더 클 수밖에 없다"면서 "아울러 계속되는 정부의 농업 홀대에 더는 정부의 농정 방향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농해수위 황주홍 위원장은 “대한민국 정부가 대한민국 농민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다”면서, “지난 1995년 WTO 가입 이후 개도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미중 간의 무역갈등 심화에 따른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에 의해, 지난 24년 간 유지해온 개도국 지위를 포기했다는 것은 국내 다른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업 분야의 피해를 최대화하겠다는 판단에 다름 아니다”라며 정부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 줄 것을 촉구했다.

무소속 김종회 의원은 “사실상 대한민국 생명산업인 농업을 포기한 것으로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농산물 완전 개방 시대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대책도 없이‘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공염불만 반복하는 태도는 정부가 취할 자세가 아니며 식량주권의 최전선에서 생태와 환경을 지키는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제 도입 등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정부는 이미 내년 농업예산을 최근 10년 내 가장 높은 증가율 수준(+4.4%)으로 확대한 15.3조 원으로 편성했으며 향후에도 농업경쟁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 위한 재원 확보와 함께 앞으로도 농업계,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농업경쟁력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가ㆍ보완해 나가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농가소득이 열악하고, 영세 고령화된 개도국 수준의 농업 현실을 무시한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밝히고, "농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에 대한 대화와 소통도 없이, 또 다시 농업에 희생을 강요하는 공정하지도 않고 형평성도 없는 졸속적인 정책추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출범 초기 약속했던 문재인 정부의 농업분야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은 설상가상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면서, "농업을 포기하고 선진국이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정부는 졸속적인 개도국 지위 포기 방침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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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텍 2019-11-14 08:03:17
좋은글 크린텍 회사로 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