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축산업 포기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농축산업 포기
  • 이태호 기자
  • 승인 2019.10.14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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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축산연합회, 기자회견서 개도국 지위 미리 포기해서 안돼

최근 정부가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여부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그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농업계 안팎으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만약 농업부문의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지금 당장은 피해가 없더라도, WTO 차기 무역협상이 진전돼 타결되면 관세와 보조금의 대폭 감축이 예상돼 큰 피해가 우려된다.

농업계에서는 세계 농업강국들과 동시다발적으로 맺은 FTA의 파고 속에서 정말 힘겹게 버텨온 우리 농업이 다시 한 번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해 우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트럼프 美 대통령은 지난 7월 “한국을 비롯한 11개국이 WTO 개발도상국 우대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지난 4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방안에 대해 검토 수순을 밟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농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6년 OECD 가입 당시 경쟁력이 부족한 농업을 보호하고자 농업 분야에만 개도국 지위를 확보해 농축산물에 대한 보조금 지급, 수입 농산품에 대한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농축산업을 보호해 왔다.

하지만 미국의 압력에 굴복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경우 그나마 남아 있던 농축산업 보호대책마저 더욱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농업을 포기하자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 본격화된 95년 이후 이후 지난해까지 농축산물 수입액은 69억 달러에서 274억 달러로 무려 4배나 늘었고, 외국산 소비대체 등으로 인해 농가 소득 중 농업소득은 연평균 0.9% 밖에 오르지 않는 등 시장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농축산 관련 단체들과 농협 농정통상위원회 조합장들은 WTO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지난 7일 발표하고 정부에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수급 및 가격 안정대책을 강화해 줄 것을 요구했다.

농정통상위 조합장들은 "우리나라 농업의 개도국 지위는 WTO 차기 무역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 만큼, 농업부문 개도국 지위를 미리 포기해서는 안 된다"면서, "WTO 차기 무역협상에 대비하고,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공익형 직불제 등 WTO에서 허용하는 보조정책을 확충하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달라"고 밝혔다.

농민단체 한농연 관계자는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관세 감축 폭이 선진국 수준으로 커진다. 여기에 농업 소득 보전을 위한 각종 보조금 한도도 축소될 수밖에 없어 농가 피해가 불가피해 국내 특수성을 인정받아 고율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참깨, 대두, 녹두 등 소규모 경종작물과 식량작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소규모 경종 작물의 경우 노동집약적 작물이 대다수로 국내 생산량이 계속해서 줄고 있어, 자칫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축산관련단체 축단협 관계자는 "WTO 개도국 지위는 농업·농촌의 마지막 보루"라면서,"국가는 농촌의 생존권을 협상의 대상으로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지켜야 할 대상으로 임해야 하고 또한 이해당사자인 농축산업계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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