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래가축의 가치를 찾아서
[기고] 재래가축의 가치를 찾아서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9.09.30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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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축유전자원센터
농업연구사 이진욱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운동이 시작됐다. 슬로푸드 국제본부가 전통 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해 시작한 ‘맛의 방주’는 특징적인 맛, 지역의 환경 사회 역사와 연결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을 선정하고 있다.

현재 약 5000개 품목이 등록돼 있으며 우리나라 먹거리도 100여개 등록돼 있다. 또한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는 2002년부터 농업유산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지의 전통적 농업활동과 경관 등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선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하동의 전통 차농업 그리고 금산의 인삼농업 등 4곳이 등록됐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 농업유산에 가치를 인정하고 관리하기 위해에서 ‘국가중요농업유산’을 지정해오고 있으며 현재까지 12곳이 등록되어 있다. 

‘맛의 방주’ 운동과 ‘세계중요농업유산’은 모두 생태계의 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유엔환경계획과 세계자원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생물다양성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반이기 때문에 환경 정화, 악천후 완화는 물론 우리의 의식주와 문화적 다양성을 창출하는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 또한 생태계를 안정시킴으로써 농업 전반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축산분야에 있어서도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관심사다.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육류와 유제품의 소비량을 맞추기 위해 생산성이 좋은 단일 품종 위주로 가축을 사육하게 됐고, 생산성이 낮은 재래가축은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게 됐다.

다양성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먹거리 다양성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나면서 재래가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방목해 도토리를 먹여 키운다는 이베리코 돼지가 인기를 끄는가 하면 차별화된 숙성 과정을 내세운 가게들이 등장하고 있다.

재래돼지 본연의 맛을 끌어올리는 국밥과 수육, 풀만 먹여 키운 소고기 등 품종과 부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상황에서 재래가축의 차별성과 가치가 현대에 또 다른 경쟁력이 될 수 있을까?재래가축은 그 지역에서 오랜 세월 동안 기후 풍토에 맞게 적응하며 자연 선발돼 온 가축으로 다른 지역에 있는 가축과는 차별화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은 재래가축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종자 주권을 지키기 위해 재래가축의 다양한 특성을 조사하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외래 품종보다 고기 맛이 좋다고 알려진 ‘재래돼지’를 활용한 ‘난축맛돈’과 ‘우리흑돈’을 개발했으며, 재래닭과 토종오리를 활용한 ‘우리맛닭’과 ‘우리맛오리’ 등의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아울러, 골든시드프로젝트를 통해 종자 복원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래흑염소의 반추위 미생물에서 섬유소 분해 효소 유전자를 찾아내는 등 재래가축을 생명공학 소재로 이용하려는 연구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칡소, 제주흑우, 재래닭, 제주마 등 잠재가치를 지닌 다양한 재래가축이 있다.

아직까지 이런 재래가축은 생산성이나 사육 여건 등의 이유로 멸종위기에 있거나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는 재래가축에 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는 재래가축을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재래가축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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