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always well', 켐밸얼리, 거봉으로 와인 만들다!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always well', 켐밸얼리, 거봉으로 와인 만들다!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9.05.27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천안 늘샘농원 김성천 대표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천안늘샘농원’은 ‘캠벨얼리’, ‘거봉’, ‘머스캣베일리(MBA)' 등 15개 품종 포도를 유기농 재배한다.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천안늘샘농원’은 ‘캠벨얼리’, ‘거봉’, ‘머스캣베일리(MBA)' 등 15개 품종 포도를 유기농 재배한다.

 

충남 천안 늘샘농원 김성천 대표는 40년째 포도 농사를 짓고 있다. 영천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와인 생산지로 김 대표의 농장에서도 와이너리를 운영 중이다. 늘샘농원은 제초제, 착과제, 착색제, 호르몬제, 박치를 절대 쓰지 않고 있다. 이러한 5무(無)농법으로 김 대표는 지난 2012년 유기농 인증도 받았다. 농약을 쓰지 않는 대신 할미꽃뿌리와 돼지감자, 유황제와 카놀라유 발효액을 퇴비로 쓰고 있다.

단국대 유기농 최고경영자과정과 농협대학 전공을 이수한 김성천 대표는 유기농 포도 와인의 전문가다.
단국대 유기농 최고경영자과정과 농협대학 전공을 이수한 김성천 대표는 유기농 포도 와인의 전문가다.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도수 40% 증류수도 생산

늘샘농원에서는 청포도로 화이트 와인을, MBA와 거봉, 캠벨로 각각 레드와인을 만든다. 도수 40%에 달하는 증류수도 생산한다. “유럽에선 와인을 오크통에 숙성시키는데, 저는 스테인리스 통을 사용합니다.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원인 중 하나가 포도의 떫은맛을 중화시키는 건데, 한국 포도는 떫은맛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굳이 비싼 오크통을 고집할 필요는 없어요.” 오크통은 한번 술을 담그면 향이 배어 재사용이 불가능한데, 통 1개 구입비용이 수백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소규모 농가에는 큰 부담이다. 기업형 와이너리라면 사정은 조금 다르겠지만, 개인 농가가 운영하는 와이너리라면 오크통보단 스테인리스 숙성이 여러모로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캠벨얼리, 거봉 품종은 와인으로 만들었을 때 상당히 맛있는 품종이에요. 제가 생산한 와인은 전국 약 50개 거래처로 납품되는데, 특히 수도권 매장에서 인기가 많아요.” 직산농협을 비롯해 수도권, 거제시 농협하나로마트에 와인을 납품하는데 경기 일산 등 젊은층 거주지 밀집 지역에서 특히 반응이 좋다. 처음엔 ‘늘샘 와인’이란 브랜드로 와인을 출시했지만, 와인인 만큼 영어 상표로 하면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웨이스 웰(always well·늘샘)’이란 상표를 새로 만들었다.

늘샘농원 포도는 당도가 매우 뛰어나다.
늘샘농원 포도는 당도가 매우 뛰어나다.

와인 시음과 고기 파티… 연간 1500명 방문
천안늘샘농원을 찾는 손님들은 주로 입소문을 듣고 온 수도권 시민들 또는 인근 기업체 직원들이다. 특히 천안에 소재한 대기업 직원들이 워크숍 겸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손님들에겐 와인 시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고기 굽는 시설이 구비돼 있어 호평을 받고 있다. 고기 파티를 하다가 와인을 추가 주문해 먹기 때문에 매출에도 도움이 된다. 고기는 손님들이 직접 준비해 오면 된다. “연간 1500명이 우리 농장을 방문합니다. 손님들을 즐겁게 하려고 아내가 화단에 꽃잔디도 심고 가꿨어요.” 와인 체험 프로그램 운영 기간은 포도가 익어가는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다. 포도 와인 담그는 법을 배우고, 통기타 연주에 맞춰 노래 부르는 손님들을 볼 때면 김 대표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핀다. 이처럼 6차 산업에 관한 한 누구보다 강한 집념과 노하우를 가진 김성천 대표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지나친 정부 규제다. 다양한 와인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은굴뚝같지만 맞춰야 할 조건이 너무 많다고. 주류의 경우 라벨 제작과 허가, 출원, 바코드 등록 등 관련작업을 끝마치는 데만 1년 이상 걸린다. “100원을 들여서 매출이 80원이 나올지 110원이 나올지도 모르는 농사를 몇 십 년 째 하고 있는데… 새로운 것 한 가지 할 때마다 조건을 맞추라고 하니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지요.” 그래도 김 대표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끝없는 자기 계발을 하고 있다. 단국대학교 유기농 최고 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농협대학에서도 공부했다. 단국대 시절엔 직접 쓴 논문이 호평을 받으며, 아예 ‘농사를 반으로 줄이고 친환경 전도사로 나서라’는 교수의 권유를 받았을 정도다. 김성천 대표는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그동안 미뤘던 시집 출판의 꿈도 이루고, 농가 손님들이 더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연구에 연구를 거듭할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