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유기농 꿀복숭아, 가공은 필수!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유기농 꿀복숭아, 가공은 필수!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9.05.27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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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군 참한농원 이현부 대표
참한농원 유기농 복숭아는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여성과 중장년층 단골이 많다.
참한농원 유기농 복숭아는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여성과 중장년층 단골이 많다.

경북 예천군에서 5ha(약 1만5000평)규모의 참한농원을 운영하는 이현부 대표는 대뜸 복숭아 나무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한다. 유기농 때문이다. 심식나방이 달려들어도 농약으로 방제하지 않으니 미안하다는 것. 예천에서 20여년 동안 농사를 지은 이현부 대표는 이처럼 복숭아 나무에 대한 애정과 애틋함이 남다르다. 원예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한 이현부 대표는 '농사는 신성한 일'이라는 농사철학 또한 확고하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참한농원 복숭아. 2010년 대한민국 친환경 농산물 농정대상을 수상했다.
유기농 인증을 받은 참한농원 복숭아. 2010년 대한민국 친환경 농산물 농정대상을 수상했다.

토양 관리는 쌀겨 발효액과 녹비 작물로
봄이면 지천에 헤어리베치가 피어난다. 녹비작물인 헤어리베치를 땅에 심었는데, 번식력이 좋아 사방에 싹을 틔웠다. 헤어리베치는 피었다 진 자리에서 그대로 천연 거름이 된다. “쌀겨 발효액을 주요 퇴비로 써요. 유박비료도 사용하고요. 여러 해 동안 유기농 퇴비를 써본 결과, 쌀겨 성분이 가장 효과가 좋더군요.” 다만 복숭아심식나방은 여러 가지 방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완전 퇴치가 쉽지 않아 고심이다. 페로몬 트랩을 사용하지만,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병해충 방제 및 생육관리 용도로 키틴 미생물 배양액, 목초액, 계란 칼슘제재 등 다양한 농자재를 사용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참한농원에선 총 5ha의 땅에 복숭아, 배, 매실, 벼를 재배한다. 모두 유기농 인증 농산물이다.
경북 예천군 개포면 참한농원에선 총 5ha의 땅에 복숭아, 배, 매실, 벼를 재배한다. 모두 유기농 인증 농산물이다.

유기 과수농업에서 가공은 필수
참한농원에선 유기농 복숭아와 배를 생과 및 저온착즙 주스로 판매한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유기농 과일은 선별과정에서 솎아내는 것들이 많은데, 이를 모아 저온 착즙한다. 물론 품질은 상품과와 똑같이 맛있다. 이곳에서 직접 짠 복숭아주스는 달콤함이 이루 말할 수 없고, 오직 배로만 짠 배즙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보통은 배와 도라지를 섞어 짜는 농가들이 많은데, 참한농원의 100% 순수 배즙을 맛본 손님들은 개운한 목넘김과 산뜻함에 감탄을 연발한다. “상품과 수확률이 낮은 유기 과수농업은 가공업이 거의 필수입니다. 그래서 큰맘 먹고 가공시설도 만들었습니다.” 청결을 엄격히 관리하는 가공시설에서 복숭아즙, 배즙, 매실 엑기스 등을 생산해 판매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기인 배즙은 100% 배로만 만들어 한 상자(50포)당 3만원 선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기농업이 정착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환경보호입니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유기농’이 돼야 합니다. 농지 뿐 아니라 농가 주변 환경도 폐비닐 하나 없이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이 진짜 유기농이지요.” 그의 말처럼 참한농원은 환경이 잘 정비돼 있다. 농수로엔 맑은 물이 흐르고, 찔레꽃이 흰 덤불을 이룬다. 함부로 굴러다니는 쓰레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예천의 한자 뜻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단샘’이다. 단샘 브랜드 복숭아는 직거래 손님들에게 인기다.
예천의 한자 뜻을 우리말로 풀이하면 ‘단샘’이다. 단샘 브랜드 복숭아는 직거래 손님들에게 인기다.

단골 유지 비결? “손님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참한농원이 운영하는 농가 홈페이지는 원래 농산물 판매용도가 아니었다. 영농 생활을 시작하면서 느낀 농사의 보람과 고충을 일기처럼 꾸준히 써 나가다보니 어느새 ‘정기 독자’가 늘었다.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농 일지는 건당 조회 수가 수백 회를 훌쩍 넘는다. “차츰 관심가져 주는 분들이 늘면서, ‘온라인 판매도 해보라’고 권유해 주는 분들이 생겼어요. 그래서 온라인 직거래를 시작하게 됐죠.” 과일을 맛본 손님들은 대개 단골이 됐고, 애정 어린 댓글로 그를 지지했다. 그러다보니 이현부 씨와 그의 아내 김종연 씨는 손님을 ‘가족’이라 부른다. 홈페이지 회원들도 혼쾌히 가족, 식구로 대한다. “유기농 과일을 재배하는 농가라면 소비자 누구나 방문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어디서, 어떤 생각으로 키운 과일인지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는 손님들이 많다. 농가 꽃 축제나 팜파티가 열릴 때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와 한번 인연을 맺은 이들은 ‘철학자 농부’가 풀어내는 농사 철학과 그가 키운 과일의 맛에푹 빠져든다.
“농사에는 ‘혼’이 들어가야 합니다. 농사는 신성한 일입니다. 올바른 생각으로 올바른 농산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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