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연매출 1억, 품종 갱신은 시장성 내다보고 숙고해야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연매출 1억, 품종 갱신은 시장성 내다보고 숙고해야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9.05.13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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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예천 정태진 대표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 소재한 정태진 대표의 사과 농장에서 바라본 풍경. 이 지역은 지하수가 풍부하고, 일조량이 좋아 사과 착색이 잘 된다.
경북 예천군 감천면 진평2리에 소재한 정태진 대표의 사과 농장에서 바라본 풍경. 이 지역은 지하수가 풍부하고, 일조량이 좋아 사과 착색이 잘 된다.

경북 예천 소백산자락에 있는 감천면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정태진 대표는 한국과수농협연합회(썬플러스)와의 교류를 통해 연매출 1억을 올리고 있다. 썬플러스 친환경기술지원단장인 김창호 씨를 멘토 삼아 기술을 배우고 있다. 정 대표의 농장 규모는 1.3ha(4000평)이다. 재배 품종은 중생종인 ‘양광’, ‘아오리’와 만생종인 ‘후지’다. 비료를 거의 안 주고, 연인원은 주로 적과 작업 때 50명 정도 집중 투입한다. 일 년에 6개월은 농사하고, 6개월은 사과를 출하한다. 7월 하순 ‘아오리’를 시작으로 ‘양광’, ‘후지’ 순으로 출하하면 어느새 11월 하순이다. 최상품 ‘후지’는 추석 명절이 지난 뒤 11월 초부터 약 보름간 1000개 가량 백화점에 납품한다.

정 대표는 유박 비료 외의 다른 비료는 거의 주지 않는다. 이로써 나무 스스로 양분 모으는 힘을 길러준다.
정 대표는 유박 비료 외의 다른 비료는 거의 주지 않는다. 이로써 나무 스스로 양분 모으는 힘을 길러준다.

평균 당도 14~16Brix… “비료는 최소한만”
정 대표는 농사할 때 지키는 철칙이 있다. 바로, 비료 적게 주기다. 퇴비값이 아까워서 그러는 게 아니다. 나무 스스로 크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서다.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영양분을 많이 주면 어떻게 되나요? 나무도 마찬가지예요. 무턱대고 비료만 많이 주면 나무가 ‘나태해’집니다.” 정 대표가 사용하는 비료는 깻묵 찌꺼기로 만든 유박비료가 거의 전부다. 퇴비를 적게 썼을 때의 좋은 점을 묻자 “사과 색이 맑고 좋아진다”고 단박에 대답이 돌아온다. 저온 저장고에서 정 대표가 꺼낸 사과를 보니, 껍질이 윤기 있고 빨간색이 선명하다. “사과 한 알 당 무게요? 최대 320g까지 나와요. 나무 한 그루당 열매는 230~250개 정도 맺고요.” 정 대표는 면봉에 꽃가루를 묻혀 찍는 인공 수분 방식 대신 자연 수정을 택했다. 한때는 수정 작업에 실패할까 봐 인공 수분을 했으나, 큰맘 먹고 자연 수정을 시도한 결과가 좋았다. 요즘은 예천곤충연구소에서 수정용 호박벌을 1통에 3만원 주고 산다. 통 1개에 벌이 60마리 가량 들었다. ‘아오리’ 나무를 수분수로 활용해 매년 자연 수정한다.

만생종 ‘후지’와 중생종 ‘양광’, ‘아오리’를 재배하는 정태진 대표는 백화점과 서울 청량리도매시장으로 사과를 출하·납품한다.
만생종 ‘후지’와 중생종 ‘양광’, ‘아오리’를 재배하는 정태진 대표는 백화점과 서울 청량리도매시장으로 사과를 출하·납품한다.

“32년생 사과나무, 교체 안 할 것”
감천면 일대는 여름에 무덥고, 겨울에는 매우 춥다. 산간 지역이라 일교차도 크다. “예천 날씨가 꼭 옛날 대구 날씨를 따라가는 것 같아요. 조수 피해는 없고요. 노린재 방제는 연 10~11회 정도 실시합니다.” 노린재가 생기면 사과 씨방즙을 빨아먹기 때문에 철저히 방제한다. 가뭄 피해 같은 것은 없다. 암반 지대라 지하수는 풍부하다. “나무를 심은 지 오래됐지만, 교체는 안 할 겁니다. 품종 갱신은 시장성을 내다보고 충분히 숙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올해로 32년의 수령을 맞은 정 대표 농장의 사과나무들은 둥치가 굵고 튼튼하다. 현제 정부는 FTA 개방에 대비해 품종 갱신 등 시설 현대화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충분히 숙고해야 할 문제”라고 답한다. 신품종이라고 해서 무조건 시장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보조금을 받는다면 첫해는 기존 나무를 뽑는 데 쓰고, 2년차에는 새로 심는 데, 3~4년 차는 키우는 데 쓰죠. 최소 4년 동안 수입이 없게 되는 셈이라 저희는 굳이 품종 갱신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 대표는 손익 계산을 비교한 결과에 따라 수목 교체도, 품종 교체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나무들은 비록 오래 됐지만, 아직까지 백화점에 납품할 정도로 고품질 사과를 맺고 있어 딱히 새로 심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저에게 사과요? 생계 수단이지요. 저는 쉴 때도 농장에 와서 쉬어요.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거든요.” 썬플러스의 기술 지도에 힘입어 농산물우수관리인증 (GAP) 마크를 획득했고, 이제 저탄소 인증까지 신청해두었다는 정태진 대표. 썬플러스를 만나 사과 기술과 소득이 모두 늘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결국 농사도 사람끼리 머리를 맞대고 함께할 때 시너지 효과를 보는 셈이다. 농사 30년차가 지난 정태진 대표는, 이제 농업 후배들을 위해 더욱 열린 마음으로 노하우를 공유할 계획이라고 넌지시 포부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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