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저탄소 농법으로 재배한 사과!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저탄소 농법으로 재배한 사과!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9.05.13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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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 동호네농장 이수원 대표
동호네 농장에서는 매년 10월 상순, 붉고 모양이 예쁜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다.
동호네 농장에서는 매년 10월 상순, 붉고 모양이 예쁜 사과가 탐스럽게 열린다.

지난 2015년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됐다. 당시 과수농가들은 유기농과 무농약 재배의 선택지에서 다수가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를 신청했다. 또 유기농, 무농약 또는 GAP인증 중 한 가지라도 해당되는 농가는 저탄소 인증을 신청할 수 있는데, 저탄소 인증은 친환경적 '착한 농산물'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충북 충주 대소원면에서 동호네농장을 경영하는 이수원 대표는 저농약 농법으로 '미야마 후지' 품종을 재배하다가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자 저탄소 인증을 택했다.

부친이 과수원을 경영할 때 제작한 농장 간판. 동호네농장 사과는 질소질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붉기가 선명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부친이 과수원을 경영할 때 제작한 농장 간판. 동호네농장 사과는 질소질 비료를 사용하지 않아 붉기가 선명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이다.

저탄소 인증의 핵심기술은

풋거름 재배

이 대표는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다. 예초 작업은 연 6회 정도 실시하나 베어낸 풀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두어 자연스레 유기물이 발생하도록 한다. 이렇게 발생한 유기물은 지렁이의 먹잇감이 되어 땅 속 영양분을 풍부히 한다.

화학비료를 쓰지 않으니 오히려 사과 맛이 더 좋아지고 색도 잘 난다는 이 대표. 비료를 안 쓰기 때문에 이 대표 농장의 사과는 10월 13일 경부터 수확이 가능하다. 착색을 더디게 하는 질소질 비료를 사용하지 않으니 남들보다 일찍 수확이 가능한 것이다.

동호네 농장 사과는 단풍이 들 무렵 빨갛게 익어 ‘단풍사과’로 불린다.
동호네 농장 사과는 단풍이 들 무렵 빨갛게 익어 ‘단풍사과’로 불린다.

저탄소 인증, 이렇게 홍보했어요
저탄소 인증마크 표시하고 자세한 설명 덧붙여

“상자에 저탄소 인증마크를 표기하고, 어떤 인증인지 설명 문구도 덧붙였습니다. 그 결과 손님들도 저탄소 인증에 대해 점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아요.” 설명 문구에는 ‘생산 전 과정에서 필요한 에너지 및 농자재 투입을 줄여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한 농산물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이 대표가 단순히 저탄소 인증 홍보에만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튼튼한 사과 재배실력은 기본이다. 이 대표는 졸업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농업마이스터대학’에서 사과를 전공한 후 최근 2차 시험까지 합격했다. 사과 부문 2차시험 합격자는 전국에서 단 4명 뿐이다. 아직 최종 관문이 남아있지만, ‘사과 고시’라 불릴 만큼 까다로운 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2차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이수원 씨의 뛰어난 실력을 짐작할 수 있다.

꽃눈 상태를 보고 전정 필요성과 유인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정형과 수확을 위해 사과 밑이 땅을 수직으로 향하게 한다.
꽃눈 상태를 보고 전정 필요성과 유인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정형과 수확을 위해 사과 밑이 땅을 수직으로 향하게 한다.

 

정형과율 높이려면 사과 밑이 수직 하향해야

택배 사고 줄이려 종이 난좌로 교체도

“일명 ‘삐땍이 사과’라고 하죠. 꼭지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는 정형과인데, 밑에서 보면 경사가 있어 바닥에 안 세워지는 사과요. 이런 비정형과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사과 밑이 땅을 90도 수직으로 바라보면서 열리도록 해 줘야 합니다.”
이수원 씨는 농가 소득과 직결되는 정형과 발생률을 높이기 위해, 사과 아랫부분이 땅을 향해 수직으로 바라보도록 열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바닥을 마주하지 않고 허공(수평)을 향하면, 사과 속 양분이 중력을 받으면서 한곳으로 쏠려 하단에 경사가 진다. 이렇게 자란 사과는 비정형과로 분류돼 제값을 받지 못한다. “또한 사과의 결과지는 길이가 짧아야 합니다. 20cm 미만이 돼야 하는데, 가장 적절한 건 약 15cm 정도입니다. 길이가 전정 가위와 비슷해, 흔히 ‘가위 길이’라고 부르죠.”
‘후지’ 품종은 특히 개화 유지기간이 48시간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정형과 비율이 타품종보다 낮기 때문에 전정, 유인 관리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 “단, 전정한 가지는 바로바로 치웁니다. 죽은 가지에는 부란병 병원균이 침투하기 쉽기 때문이죠. 잘라낸 가지는 전부 소각합니다.” 잘린 나뭇가지는 풀과 달리 그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사과 직거래 손님이 연간 1000여명인데, 가끔 ‘택배사고’가 생겨요. 상자를 던지거나 부딪친 탓에 파손돼서 돌아오는 사과를 보기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포장용 난좌를 종이 난좌로 바꿨죠.”
파손사고를 줄이려 수소문한 끝에 익산의 계란판 제조업체에서 판매하는 포장용 종이 난좌를 알게 됐다. 일반 난좌에 비해 단가는 조금 더 비싸지만 효과는 있다.
이처럼 이수원 씨는 저탄소 인증 농법을 토대로 정지, 전정, 이론학습, 판매 방식까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저탄소 인증을 위해 화학비료를 안 쓰니 돈도 절감되고 맛은 더 좋아졌어요. 환경 보전 효과도 함께 홍보하니 소비자들 인식도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저탄
소 인증을 적극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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