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농사도 경영철학이 튼튼해야 성공할 수 있다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농사도 경영철학이 튼튼해야 성공할 수 있다
  • 이혁희 기자
  • 승인 2019.04.15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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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매실 농사지은 매송종묘원 권종익 대표
권 대표는 40여 년 전 노동력을 적게 쓰고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권 대표는 40여 년 전 노동력을 적게 쓰고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현재 매실 품종은 70여 가지가 넘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청매실, 홍매실로만 구분하고 있는 실정. 권 대표는 이를 두고 '성(姓)만 있고 이름은 없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매실은 청매실이다. 청매실은 색이 들기 전 잠깐 사이의 매실을 말하는데, 청매 상태에서는 매실 품종의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아 여러 품종이 섞여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을 오가며 매실에 대해 많이 배웠다는 권 대표는 똑같은 청매라도 용도에 따라 숙기를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매실주는 20% 익었을 때, 매실 엑기스는 30~50%, 절임은 70~80% 익었을 때 수획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품종과 숙기 고려 없이 매실절임을 만드려야 5년 정도 실패를 맛 봤다고. 이후 매실절임에 성공한 권 대표는 롯데호텔, 대한항공, 청와대 등에 납품했다.

권 대표의 매실 농장은 1t 트럭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게 심겨 있다.
권 대표의 매실 농장은 1t 트럭도 다닐 수 있을 만큼 넓게 심겨 있다.

저노동 고수익 보고 매실 농사 뛰어들어
예전엔 가난으로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농사를 시작한 사람이 많다. 권 대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세상을 넓게 보는 눈은 있었다. 집에서 농사를 짓다 40여 년 전, 인근에 일본에서 전문대를 나온 조한형 씨에게 매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매실이 노동력은 적게 들어가면서도 수익이 높은 작물이라 판단해 매실 농사에 뛰어들었다. 예상대로 들어맞아 매실이 인기를 끌면서 수익이 늘어났다. 특히 1990년대 초에는 매실주 붐이 일어나면서 주류 회사의 매실 매입으로 매실 농가가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붐은 잠시. 뒤늦게 뛰어든 매실 농가에서 매실이 나올 때쯤, 주류 회사의 매실 수매가 중단되거나 크게 줄면서 시장에 매실이 쏟아져 나왔다. 권 대표는 생매실이 아닌 가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95년 지금은 순천시에 통합된 승주군에서 식품허가 1호를 받았다. “매실차를 처음 했는데 커피에 상대가 안 돼서 바로 포기했어요.” 다시 조한형 씨에게 들은 것이 매실 절임이었다. 일본을 다니며 배운 매실 절임은 품질이 좋았으나 수요가 극히 적어 일반판매는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유통업체를 만나 호텔 등에 납품할 수 있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도 작곡가를 잘 만나야 뜰 수 있죠.”

권 대표는 40여 년 전 노동력을 적게 쓰고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권 대표는 40여 년 전 노동력을 적게 쓰고도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매실 농사를 시작했다.

“농사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지어야”
“농업은 땅과 작물도 잘 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경영과 유통도 잘 알아야 성공합니다. 그래서 힘들죠.” 그렇기에 경영철학을 가지고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무 한 그루가 한 명의 종업원이에요. 종업원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회사가 잘 되듯, 각각 나무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어야 농장 운영이 잘 됩니다. 기업이 똑똑한 사람을 뽑아야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것처럼 잘되는 나무를 심어야 해요.” 동시에 권 대표는 농업이 발전하려면 똑똑한 사람들이 귀농해야 하고 특히 똑똑한 청년이 많아야 한다고 말
했다. 농업을 한다면 책도 많이 읽고 많은 곳을 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지역에만 있으면 농사를 잘 짓는지 못 짓는지 모릅니다. 다른 지역도 둘러봐야지 돈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요.” 농사를 잘 짓는 곳에서 배워야 농사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에는 일본을 오가며 매실 농사를 배웠기 때문일 듯하다. 오랫동안 매실을 연구했고 지금도 매실을 기르고 있기에 순천, 광양에서 매실을 농사를 잘 짓는 사람들은 매실에 대해서라면 권종익 대표를 꼽을 정도다. 아직은 매실이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지 않은 상태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권 대표 같은 사람이 더 나온다면 한국 매실 산업도 몇 단계 발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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