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건강한 땅에서 키워낸 유기농 배, 고소득 올려준다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건강한 땅에서 키워낸 유기농 배, 고소득 올려준다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9.02.25 17: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매출 7억원인 주원농원, kg당 4~5000원 수준
지난 가을 수확돼 창고에 저장 중인 유기농 ‘신고’ 배. 주원농원 홈페이지와 ‘한살림’, ‘꽃 피는 아침마을’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가을 수확돼 창고에 저장 중인 유기농 ‘신고’ 배. 주원농원 홈페이지와 ‘한살림’, ‘꽃 피는 아침마을’ 홈페이지에서 판매되고 있다.

 

충남 아산에서 주원농원을 운영하는 김경석 대표는 생산부터 가공까지 직접하는 '6차산업'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유기농 배, 배즙, 농축액을 직거래 하고 있으며 아산 시내에 있는 학교에 급식으로도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현재 추황, 감천, 원황, 조이스킨 등 13가지의 다양한 품종을 재배중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경영학도'였던 김 대표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1990년대 후반에 유기농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02년에 무농약 인증을 받았으며 2006년에 유기농 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주원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견문을 넓히기 위해 유럽 20개국을 다니며 유기농 과수 농가를 끊임없이 견학했으며 매년 국제유기농박람회에도 참가했다. 독일, 일본, 중국, 브라질, 미국 등에서 열리는 박람회에서 국내 바이어를 만나 주원농원의 유기농 배를 알리기도 했다.

현재 주원농원의 배즙은 유기농배 96%와 도라지4%를 혼합해 생산하고 있다. 도라지 비율을 적절하게해 특히 어린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아 구매율을 높이고 있다.

충남 아산시에서 유기농 배를 재배 및 가공하는 주원농원. ‘신고’, ‘원황’, ‘추황’ 등 품종을 재배해 배즙과 배·도라지즙, 배 농축액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충남 아산시에서 유기농 배를 재배 및 가공하는 주원농원. ‘신고’, ‘원황’, ‘추황’ 등 품종을 재배해 배즙과 배·도라지즙, 배 농축액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우드칩 발효 퇴비로 토양 관리
“남들은 농약 안 쓰고 배 농사를 한다고 하면 잘 안 믿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어설프게 농약을 주면, 병해충을 잡아먹는 천적 곤충까지 다 죽게 돼요.” 주원농원에서는 우드칩 발효 퇴비로 토양을 관리한다. 우드칩과 무항생제 계분(닭똥), 쌀겨를 각각 10:3:1의 비율로 혼합해 발효시킨 퇴비를 겨울철 과수원에 10cm 두께로 깔아준다. 밟으면 푹신푹신한 느낌이 들 정도로 충분한 양이다. 우드칩 자체가 목재 성분이기 때문에, 토양 개량제 역할을 한다. 낙엽을 수북이 쌓아 부숙시킴으로써 땅심을 살리는 것과 같은 원리다. “병해충은 농협에서 만들어주는 석회유황합제로 방제합니다. 기온이 30℃ 이상일 때 석회유황합제를 뿌리면 약해가 발생할 수 있어, 기온에 따라 적절한 조절이 필요합니다.” 석회와 유황을 불에 고은 석회유황합제는 병해충 방제를 위해 과수 농가들이 널리 쓰는 약제다. 배 검은별무늬병 등 다양한 품목별 병해충 방제효과가 있다. 주원농원 역시 석회유황합제를 쓰는데, 기후에 따라 적정량을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일반 농약은 살포할 때 ‘정량’이 정해져 있지만, 석회유황합제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기온이 30℃ 이상 오르는 날에는 유황합제를 조금 약하게 주죠.” 또한 복숭아순나방은 교미교란제로 방제하고, 깍지벌레 등 기타 병해충은 식물성 오일과 기계 유유제(해충의 몸에 기름을 씌워 질식시키는 농자재)로 방제한다.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성장 조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토양에 해로운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서 거미알이 종종 발견된다.
토양에 해로운 물질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과수원 곳곳에서 거미알이 종종 발견된다.

 

과수원 땅에는 최소한 20가지 풀을 키워야
김 대표가 유기농 배 농사를 하면서 중시하는 또 한 가지는 바로 ‘잡초’다. 과수원에 다양한 풀이 자라도록 해야 한다는 게 김 대표의 지론이다. 초생 재배의 목적은 단순한 응애류 방제가 아니다. “선진국의 과수 농가들에 가 보면 땅에 다양한 풀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과수원 땅에는 최소 20가지 이상의 ‘잡초’가 자라야 합니다.” 풀이 땅 속에서 뿌리를 내리며 공기 구멍이 생기는데, 이를 전문 용어로 ‘에코 홀(eco hole)'이라고 한다. 이곳을 통해 흙이 호흡하고 미생물의 활동성이 높아진다. 흔히 과수원에 풀을 키우면 나무로 흡수될 영양분을 다 뺏어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씨도 배나무가 5년생으로 자랄 때까지는 잡초를 베어 나무가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도왔다. 그러나 그 이후로는 풀을 골고루 키워 미생물의 생장을 돕고 있다.

화학 비료와 농약, 성장 조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신고’ 배가 창고에 저장돼 있다.
화학 비료와 농약, 성장 조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유기농 ‘신고’ 배가 창고에 저장돼 있다.

“유기농 시작하려는 농가에 적극 권장”
주원농원의 연매출은 7억원이다. 유기농 배와 유기 배 가공식품의 판매 비율은 각각 5:5다. 농장 수취가격은 납품처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kg당 4000~5000원 수준이다. 학교 급식용 유기농 배는 kg당 5000원을 받고 판다.
“저농약 인증제가 폐지되기 전까지는 유기농을 적극 권장할 수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급식용 친환경(유기농 또는 무농약) 과일을 구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 구한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유기농 배 농사를 권합니다.”
농약을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생산비가 대폭 절감돼 오히려 잘만 한다면 훨씬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과수원 5ha(1만6000평)를 방제하는 데 필요한 석회유황합제는 1통(18L)에 1만원인데, 1년에 2통이면 충분하다. “그동안은 ‘신고’배도 많이 재배했는데, 앞으로는 많이 줄이려고 합니다. 대신 병충해에 강하고 껍질째 먹는 품종들로 재배를 다변화할 계획입니다.”
추석 제수용으로 많이 쓰이는 ‘신고’ 배는 검은별무늬병에 너무 취약해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에, 농촌진흥청이 새롭게 개발한 ‘그린시스’, ‘조이스킨’ 등 신품종을 비롯한 다양한 품종으로 재배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특히 껍질째 먹는 중소과 품종인 ‘조이스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만 아직 보급 초기인 만큼,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갖겠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는 강원도에서 유기농 사과를 재배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미니 사과인 ‘알프스 오토메’ 등 신품종 묘목을 시험 재배 중이다. “유기농 배라고 하면 못 생기고 벌레먹은 배만 열린다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맛만 있으면 배 품종을 가리지 않아요.” 김 대표가 배 품종 다양화를 적극 추진하는 이유다. 앞으로는 대학원을 졸업한 딸에게 배 농사를 맡기고, 유기농 사과로 제2의 도약을 꿈꿀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