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부산기후와 찰떡궁합! '구아바'
[기획/농업현장이 답이다] 부산기후와 찰떡궁합! '구아바'
  • 이혁희 기자
  • 승인 2019.02.18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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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생산비가 적게 들어 수익률이 좋은 구아바. 성인병에 뛰어난 효능을 보여 인기 높아져
구아바는 당도가 높고 비타민C가 오렌지의 4배나 들어있다.
구아바는 당도가 높고 비타민C가 오렌지의 4배나 들어있다.

아열대 과일로 익숙한 구아바. 수입산에만 의존할 것 같지만, 국내에서도 구아바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 바로 부산의 '연일농장'. 전국에 구아바 재배 농가는 7~8곳이 있지만 연중 생산이 가능한 곳은 연일농장이 유일하다. 부산의 기후가 구아바 재배에 '딱' 알맞기 때문이다. 구아바는 아열대 지방에서 옛부터 약용으로 사용돼 왔다. 최근, 구아바 잎이 소화불량, 콜레스테롤 저하, 당뇨, 비만 등 성인병에 좋다는 것이 알려지며 수요가 늘었다. 또, 비타민c가 오렌지의 4배나 들어 있어 반 개만 먹어도 일일 비타민c의 1일섭취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다.

겨울은 하우스 온도를 낮춰 붉게 만든 잎차용 잎을 수확한다.
겨울은 하우스 온도를 낮춰 붉게 만든 잎차용 잎을 수확한다.

 

적응성 높아 키우기 쉬워
구아바는 열대식물이지만 평균 해발 1500m까지 자랄 수 있으며 충분히 자란 구아바 나무는 -4℃까지 견딜 수 있다. 토양 조건도 모래토양부터 점질 토양까지, pH는 4.5~8.2 범위에서 자라고 가뭄에도 강한 편이라 부산의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인 1000mm면 자라는데 충분할 정도로 적응력이 높다. 한국에서 재배되는 구아바는 1990년대 초 음성의 한 농가가 도입한 후 한국 추위에 살아남은 구아바의 후손이다. 적응력 좋은 구아바지만 최고 품질의 구아바 과일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최저온도 10℃,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키우고 열매가 열리는 중에는 수분을 공급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충분한 영양 공급이 필요하다. 품질 좋은 구아바는 하천유역에서 생산된다고 하니 낙동강에 접한 강서구는 구아바 생산의 최적지임을 알 수 있다.

“병충해가 거의 없어 약칠 일이 없으니 키우기가 쉽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습니다. 가정에서는 구아바 잎을 농약 대신에 사용할 수 있어요. 잎을 화분에 깔면 진딧물이 안 생기거든요.” 구아바에 포함된 항염·항박테리아 성분이 병충해를 막아줘서다. 구아바 나무로 목재를 만들면 나무 해충이나 곰팡이가 슬지 않아 오래 쓸 수 있다고 한다.

 

부산기후는 구아바에 잘 맞아 1년 내내 과일 생산이 가능하다.
부산기후는 구아바에 잘 맞아 1년 내내 과일 생산이 가능하다.

국화 인력 수급 힘들어 구아바 선택
25년간 국화 등 화훼농사를 짓던 정연택 대표는 몇 년 전 인력 수급 문제로 다른 작물 재배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꽃은 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화 농사를 도와주던 할머니들이 나이가 너무 드셔서 이젠 일을 할 수가 없었어요. 사람을 구하기가 힘들어 혼자서 지을 수 있는 작물을 찾았죠. 사람이 적게 필요한 과수 쪽을 알아봤습니다.”
그러던 중에서 텔레비전에서 구아바가 소개되는 것을 보고 구아바 묘목을 파는 곳으로 갔다. 키우는 방법을 배우고 비닐하우스도 과수 재배에 적합하게 다시 만들었다. 3300㎡(1000평)의 하우스에 구아바 700그루를 심었다. “하우스가 충분히 넓었으면 부산센터에서 추천하는 대로 구아바는 조금만 심고 나머지는 꽃을 키웠겠지만 하우스가 작다 보니 몇 그루만 심으면 오히려 관리가 어려울 듯하더라고요. 그래서 하우스도 새로 짓고 본격적으로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5년 정도 자랐던 작은 묘목은 기후가 잘 맞아서 그런지 빠르게 자라, 심은 지 1년 만인 작년 9월 말에 첫 수확을 했고 작년에 총 2t을 수확해 4천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과수 생산을 위해 높게 지은 하우스
과수 생산을 위해 높게 지은 하우스

 

외국인 대상 과일 판매, 내국인 대상 잎차 판매
생산된 구아바는 김해 동상동 시장으로 납품, 판매됐다. 동상동 시장은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외국인 거리가 된 시장이다.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아 열대 농작물 수요가 많다.
정연택 대표가 생산한 구아바는 좋은 시설과 부산 기후가 구아바에 잘 맞아 구아바 주산지인 열대지방보다 품질이 좋다는 평. 국내 다른 농가보다 구아바 생산량이 많고 심지어 겨울에도 구아바가 열린다. 겨울인 요즘에는 구아바 당도가 떨어졌지만 구아바 잎을 약간 단풍처럼 물들여 구아바 잎차를 생산하고 있다. “요즘은 하우스 내의 온도를 약간 낮춰 구아바 잎이 약간 단풍이 든 것처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구아바 잎차의 색이 좋아져요.”

 

효소로 만드는 등 다양한 가공방식을 연구 중이다
효소로 만드는 등 다양한 가공방식을 연구 중이다

 

국화보다 일이 편해졌지만 수익은 비슷

정 대표가 구아바 재배를 시작한 후에 가장 달라진 점은 일이 편해졌다는 점이다. “국화보다 난방비가 훨씬 적게 들어요. 기름 2000ℓ를 넣었는데 이걸로 겨울 내내 사용할 수 있겠더라고요. 부산은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 보온 커튼을 잘 활용하면 난방을 안 해도 될 정도 입니다. 재배 비용이 크게 줄어들어서 매출은 국화의 5분의 1 정도지만 수익은 예전과 비슷해요. 가장 큰 장점은 혼자서 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력 관리를 하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없어요. 앞으로는 하우스를 자동화해 손 안가는 농사를 짓고 싶습니다.”
혼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니 부인은 외부로 나가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구아바는 아직 한국에 익숙한 작물이 아니라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어서다. 한-베트남 FTA가 발효되면 구아바가 수입될 수 있으나 저장성이 약하다 보니 수입이 돼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번 심으면 40년간 과일 생산이 가능한 구아바. 지금은 생소한 아열대 식물들이지만 십 년 뒤에는 한국인의 생활에서 쉽게 만나는 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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