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정보 브리핑]PLS 전면시행 4개월, 연착륙 중간점검!
[농업정보 브리핑]PLS 전면시행 4개월, 연착륙 중간점검!
  • 김예영 기자
  • 승인 2019.04.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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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 PLS를 전면 시행한 지 4개월여가 지났다. PLS(Positive List System)란 “농약허용기준 강화제도”란 뜻으로 작목별 등록된 농약만 사용하고 등록 농약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되는 제도이다. 우리 농산물과 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것은 곧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므로 거시적 관점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있으나, PLS 실행으로 당장 개선해야 할 것이 피부로 와 닿는 농가에서는 여러 고충이 쏟아지고 있다.
작목별로 등록 약제가 있긴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애로사항을 겪는 농가가 적지 않다. PLS 시행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의견이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PLS 시행을 앞둔 지난해부터 농식품부와 농진청, 각 지역 농업기술센터에서 홍보와 교육에 열을 올렸다. 현장의 혼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농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작목별로 비교적 PLS 목록에 등록이 잘 돼 큰 문제없이 농사를 짓는 농가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겪고 있는 농가 또한 존재하는 상황이다.

 

대부분 고령인 농가, 식별 어려워

박완주 의원, 농약병 표시기준 혁신해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박완주 의원(더불어민주당 간사, 천안을)은 고령의 농업인들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농약병 표시기준을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16년부터 실행된 PLS제도 시행에 따른 실용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현재 농약병에는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 고시 ‘농약, 원제 및 농약활용기자재의 표시기준’에 따라 16가지 표시항목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농약 포장지 표시사항이 많다 보니 고령농이 보기에는 농약병 포장지 글씨가 작다는 지적이 전부터 지적돼 왔다.

특히 ‘농약, 원제 및 농약활용기자재의 표시기준 제8조’에 따르면, 취급 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농약은 그림으로, 그림문자와 글자의 크기는 최소 7mm*7mm 이상으로 표시하게 돼 있데, 포장지의 여백이 협소할 경우에는 식별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그 이하로 표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박완주 의원은 “‘포장지 여백이 협소할 경우’와 ‘식별이 가능한 범위’와 같은 모호한 규정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농약병은 고령의 농업인의 눈높이에 맞게 농약이 어느 작물에 얼마큼 사용해야 할지 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완주 의원은 “농진청에서 농약 포장지 표시기준 용역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8월 중 고시를 개정하겠다는 계획인데, 형식적인 용역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며 “농업인, 소비자 연령별 설문조사, 전문가 의견 수렴 등 과정을 철저할 뿐 아니라 농약병 표시항목의 우선순위를 정해 강조할 부분은 강조해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고 있는 권상준(ᄒᆞᆫ배농원)씨는 “농촌에서는 60대도 젊은이다. 제도 시행 전, 2~3년 정도 PLS에 대해 알리고 홍보했지만, 시력이 좋지 않을뿐더러 기억력도 좋지 않은 고령 농업인들에게 PLS 제도의 계도기간은 체감상 시행까지 매우 짧았다”라며 “80대 노모는 6종류 이상의 농산물을 재배 중이신데, 매번 내게 전화를 걸어 농약을 확인하신다. 그동안 익숙하게 써 왔던 농약을 잘못 사용할 시 농사 전체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농약병에 큰 글씨나 그림으로 알아보기 쉽게 표기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등록약제 부족하거나

소면적 재배작물은 등록약제 없어

 

작목별로 등록 약제가 있긴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약제에 비해 효과가 미비해 애로사항을 겪는 농가가 적지 않다. PLS 시행 취지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조치라는 의견이다.

충남 부여군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민경남 대표는 PLS에 등록된 약제를 사용하면서 준수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해 어려움을 겪고 있며 “작년에 비해 수박에 진딧물이 많이 붙으면서 대처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한 가지 약제만 사용하면 검출이 걱정돼서 3가지 약제를 교차로 쓰고 있는데도 진딧물 방제에 실패했어요. 기존에 쓰던 약에 비해 효과가 많이 떨어집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소면적 재배작물용 농약은 경제성이 떨어져 농약 업체에서 적용 농약 등록에 의욕적이지 않아 적용 농약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직권등록 방안을 마련했지만 농가에서 이를 모두 해내기란 쉽지 않다.

강원도 농업기술원 홍대기 환경농업연구과장은 도내 농산물에서 잔류농약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선제적으로 농약미등록 병해충 발굴 및 농약 직권등록시험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소면적 재배작물에서 54종의 미등록 농약 사용 사례가 발생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기술원 차원에서 48품목의 약제를 직권등록 했다. 올해 역시 소면적 작물 재배에 필요한 미등록 농약을 조사해 달래, 음나무, 토종다래 등에 필요한 약제 85종을 약효 시험할 예정이다.

홍대기 과장은 “지속적으로 농약 미등록 병해충 발굴과 더불어 농약직권등록시험을 수행해 PLS 전면시행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입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농진청은 전북 부안에서 지난달 23일 소면적 작물 농약직권등록시험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시험담당자 연찬회를 개최했다. 이번 연찬회에는 직권등록 시험담당자, 관련 산업체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작물 잔류성, 약효·약해 시험 기준과 방법, 시험의 적합성, 등록시험 부적합 사례와 해결방법 등을 논의했다. 또한 2018년부터 실시한 직권등록 사업의 진행과 시험평가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올해 사업진행에 반영할 수 있는 시간도 마련됐다.

농촌진흥청은 올해부터 시행된 PLS제도와 관련해 소면적 작물 농약직권등록시험 등록률을 높이기 위한 시험담당자 연찬회를  23일 개최했다.(사진제공=농촌진흥청)

 

농촌진흥청 농자재평가과 홍수명 과장은 “이번 연찬회는 정부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직권등록 시험담당자와 농약등록 평가부서가 활발한 소통과 협업을 통해 농약 등록률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라며 “소면적 작물 농약직권등록시험의 완성도를 높여 현장에서 농약이 부족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PLS 시행 4개월

혼선 있지만 안착 가능성 엿봐

 

정부는 지난 1월 PLS를 전면시행하면서 현장에 잡음 없이 안착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3월 영농기를 맞은 농가에 단위 지도·교육·홍보를 보다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먼저 농약판매인이 농가에 농약 판매 시 PLS 지도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교육을 공공기관 실시체계로 전환하고 교육시간도 확대(3시간→6시간)해 운영했다.

종전 연내 순차 실시해오던 농약 판매인(약 1만 명) 교육을 올해는 3월까지 조기 완료해, 새롭게 등록된 농약정보를 확인하고 허용된 농약만 판매하도록 집중 교육했다. 또한 농업인의 농약사용 인식 개선 및 PLS에 따른 안전사용기준 준수 등 실천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홍보도 작년에 이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북 성주군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백만흠 대표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전 교육으로 큰 혼선 없이 PLS 적용이 완료됐다고 말한다. “이미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수시로 교육도 하고, 군에서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농약사에서도 기준에 맞춰 약제를 주니까 농가에서도 참외재배에 걸림돌이 없어 무사히 출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는 지난 1월 PLS를 전면시행하면서 현장에 잡음 없이 안착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농식품부는 최근 종영한 유명 드라마를 패러디해 PLS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했다. (사진 유튜브캡처)

 

이렇듯 그동안 PLS 교육과 홍보를 통해 농약 사용에 대한 농업인 인식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으며, 부적합 농산물 발생 동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지난해 1~2월 114건에 비해 올해는 104건으로 소폭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홍보와 교육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 PLS 전면시행에 따른 큰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도 부적합 농산물 발생 농가를 직접 찾아 후속조치를 하는 등 PLS 안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도 농가 방문 컨설팅을 꾸준히 추진해 부적합 농산물 발생을 최소화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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