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농업기술센터와 농업인들이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5.07.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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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인들은 농업기술센터에 거는 기대가 크다.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들이 농가를 방문해 농업인들의 손을 부여잡고 힘든 것이 뭐냐고 물어만 봐줘도 농업인들은 그것 자체로 힘이 된다고들 말한다. 주고받는 얘기가 길어지다 보면 어느 새 술잔이 오가고 농업인들도, 지도사들도 서로의 입장을 공유하며 다독거리게 된다. 서로의 힘든 상황을 보듬어 주기도 하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불만 사항도 드러낸다.
 

농업인들은 지도사들의 전문성 부족에 대해 곧잘 언급한다. 일반인들도 아는 채송화도 구별할 줄 모르는가 하면 화훼 분야 지도 교육이 아예 없어 도대체 어디서 정보를 구해야 할 지 막막할 때가 많다고 토로한다. 또 지도사들의 얼굴과 이름을 실컷 익히고 나서 농업인들의 크고 작은 고충을 털어놓고 나면 공무원들 전출시기에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리는 지도사들때문에 농업인들은 순식간에 정신적인 공황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한다.
 

화훼농업인 A씨는 “농업인들이 잘 먹고 잘 살게끔 밀어주고 떠나라”고 대놓고 비판한다.
경남에서 수박을 재배하는 B씨는 수박 재배 초창기에 제대로 된 상품이 수확되지 않아 지도사에게 줄기차게 문의할 때마다 지도사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뿌리활성제를 다량 넣으면 된다는 말이었다. 무조건 지도사의 말만 듣고 따라했더니 오히려 작물에 피해만 입었다며 이론만 갖춘 지도사는 필요 없고 농업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도 분명 할 말이 있다.

농업인들 대다수는 자기 고집대로 농사를 짓고 나서 자신의 생각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남탓하기 바쁘다. 아무리 전문 강사진을 구성해 교육을 해도 농업인들이 따라오지 않으면 농업기관들의 교육은 유명무실해진다.
농업에 투자되는 비용 측면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부분과 자비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구분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모른다고 비판한다. 농기계가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소유하기를 바라는 농업인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남의 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기술센터가 농기계 임대부터 고장시 수리와 관리까지 해주며 관련 교육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음에도 임대보다 자가 소유를 원하는 농업인들이 많고 또 임대 후 장비를 반환할 때 청결한 상태로 돌려주지 않아 난감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 농업인은 자가용은 애지중지 관리하면서 트랙터는 논바닥에 처박아두고 악천후에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사람들이 고가 장비를 사고 싶어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은 농업 현장 지도 교육과 관련해 항상 지도사들의 전문성 함양에 끊임없는 채찍을 가하고 있다며 농업인들의 지도사들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사실임을 스스로 인정했다. 농업기술센터 업무가 워낙 방대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농업인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지도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농업기술센터의 원예작물담당자 C씨는 이와 관련해 우습지만 슬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농업기술센터의 신입 직원이 농가를 방문했을 때 농업인들이 그 사람의 전문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일부러 재배 현장에 조그만 불씨를 만들어 놓고 이게 도대체 무슨 현상이냐고 호들갑을 떠는 연기를 하기도 합니다. 만약 신입 지도사가 불씨를 보고 그냥 끄면 된다고 말하면 그나마 전문성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하지만 만약 지도사가 농업인들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해결책을 찾는 순간 그 지도사는 전문성 부족으로 평가돼 농업인들의 외면을 일정 기간 받게 됩니다.”
이 일화는 농업인들과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들이 한 방향을 바라보고 걸어가야 하는 동반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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