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농약농산물, 제값 받는 농촌 실현돼야
[기자수첩]무농약농산물, 제값 받는 농촌 실현돼야
  • 이상희 기자
  • 승인 2018.12.10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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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2001년 도입된 친환경농산물 인증은 점점 크기를 넓혀갔지만 도매시장 등 소비자의 선택에 밀리면서 그 크기가 축소되고 있다.

친환경과 유기농이 대대적으로 각광받을 당시, 많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등에서 농산물을 구입할 때 친환경마크가 있는 것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하지만 장바구니에 담긴 친환경 농산물을 살펴보면 그 중에서도 빛깔이 제일 예쁘고 알맹이가 통통한 것들뿐인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무농약으로 인해 모양이 예쁘지 않은 못난이 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 아니다. 잎사귀에 벌레가 먹어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있고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과일은 일찍이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탈락된다.

즉,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속담처럼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대부분의 농산물들은 상처입지 않고 예쁜 음식들뿐이다.

이처럼 도매시장에서조차 농약을 친 농산물과 무농약 농산물을 같은 선상에 놓고 있어 ‘무농약’이라는 메리트는 0에 가깝다.

같은 이유로 무농약을 실시하고 있는 농가들은 “무농약은 점점 뒷자리로 밀려나고 있다”며 “아무리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지어도 수확한 농산물이 예쁘지 않으면 도매시장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입 모아 말한다.

이와 관련, 최근 취재를 통해 만나 한 무농약 인증 농가는 무농약으로 과수를 재배하기 위해 일 년 열두 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값이 매겨질 때를 보면 왜 무농약을 선택해 이런 고생을 하나 고민을 한 적이 수도 없이 많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해당 농가는 로컬푸드직매장과 직거래 등을 통해 수확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판매하지 못하면 앞서 말했듯, 도매시장으로 수확물을 출하해 일반 농산물과 거의 비슷한 값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어디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무농약 인증 농가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바른 먹거리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까지가 어려운 것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네 건강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친환경 농산물이 더 많아져 농산물 선택에 있어 선택의 폭이 넓어지길 바란다면 조금 못생겼더라도 못생김 속에 건강을 생각하는 농민의 정성이 담겼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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