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구마, 이제는 우리품종이 대세
[기고]고구마, 이제는 우리품종이 대세
  • 농업정보신문
  • 승인 2018.11.05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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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봉 렬 (Ph.D., 농업기술실용화재단 바이오자원팀장)

고구마는 250여 년 전 조선통신사였던 조엄이 일본으로부터 도입하여 보급한 작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오래토록 일본품종으로 고구마 농사를 지어 왔다. 고구마란 이름도 일본 쓰시마 지방의 고구마를 일컫는 방언인‘코코이모’에서 유래된 것을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대체로 한 작물이 외국으로부터 도입되어 그 나라에 정착하려면 먼저 기후와 토양이 맞아야 하고,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이 있어야 한다. 또한 도입된 작물의 용도가 당시 상황에서 얼마나 절실한지가 보급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작물에 따라서는 재배기술이나 생활수준이 그 작물을 도입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도 있다. 과거 목화가 그랬고, 고구마가 그랬다. 최근에는 파프리카, 블루베리 재배가 일반화 되었고, 열대과일인 망고도 국내에서 재배가 시작되었다.

외국에서 새로운 작물을 도입할 당시에는 주산지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는 품종을 들여온다. 그 후 보급에 성공하여 소비가 늘어나면 국내에서 선호하는 품종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된다. 이때까지는 자체적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할 필요 없이 그냥 우수한 품종을 계속해서 도입하면 된다.

우량품종을 만드는 데에는 좋은 유전자원 수집부터 교배, 검정, 우수계통선발, 재배방법 개발 등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작물에 따라서는 꽃이 피지 않거나, 교배를 해도 우량한 후대를 만들기 어려운 것도 있다. 고구마가 그중에 하나다.

그런 고구마를 1990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율미’란 이름으로 품종이 개발되었다. 이 후 30년 가까이 많은 품종이 육성되어 농가현장에 보급되었다. 이 시기에도 일본에서 만든 여러 품종도 지속적으로 도입되어 주요 재배품종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재배역사에 비해서는 비교적 짧은 품종개발 기간이지만 육종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근래에 경쟁력 있는 새로운 품종들이 다수 개발되었다. 예를 들면 식감이 밤고구마(분질) 계통이면서 부드럽고 크기가 적당하며 찐 고구마 뿐 아니라 고구마 스틱용으로도 알맞은‘진율미’, 호박고구마(점질) 계통으로 살색이 주황색이면서 말랭이를 만들었을 때 색깔과 식미가 우수한 ‘호감미’, 보라색으로 안토시아닌 색소를 다량 함유한 기능성 품종이면서도 당도가 높아 맛이 좋은‘단자미’, 조생종으로 여름에 수확이 가능하고, 항산화작용을 하는 베타카로틴 함량이 높은‘풍원미’ 등 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농업현장에서는 일본품종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개발된 우리 고구마 품종은 일본품종이 갖지 못한 우수한 특성을 제각기 가지고 있다. 맛도 좋고 모양과 색깔도 우수하며, 병충해에 대한 저항성과 기능성 성분들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이러한 특성을 잘 부각시켜 국산 고구마 품종의 우수성을 널리 홍보해 나가면 머지않아 소비자들은 더 선호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나아가 새로 개발된 품종을 농가에 보급할 때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을 통해 바이러스가 없는 우량종순을 만들어 보급함으로써 품질과 수량을 높일 수 있으므로 이를 통해 우리 품종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고구마도 딸기처럼 우리품종이 일본 품종을 넘어 대세가 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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